서울 대형 회계법인 대부분 차지해 비용 3~5배 급등…“공익법인 규모별 차등화 기준 필요”

지방 의료법인 대부분이 부산·경남 지역 회계법인과 장기적으로 협력해온 반면, 지정 감사인은 대부분 서울 소재 대형 회계법인이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의 지정 감사인들에게 교통비·출장비·인건비 등이 추가돼 감사비가 3~5배가 급등하는 실정이다.
공익법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는 본래 ‘공익성 강화’를 위한 장치였지만, 시행 과정에서 지역 의료법인들에게 ‘행정 편의 중심 제도’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부산의 한 의료재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연매출 2000억 원 규모 병원의 외부감사 수수료가 9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국세청이 지정한 서울의 대형 회계법인은 4000만~5000만 원을 요구한다”며 “거부하면 국세청이 한 차례 더 지정하고, 두 번째부터는 거부권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지정된 감사인을 선임하지 않거나 임의로 교체하면 ‘출연재산 및 수입금 합계액의 1만 분의 7’에 해당하는 가산세가 부과된다. 감사비 부담이 과중하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구조인 셈이다. 회계전문가들은 제도 취지와 효과를 살리려면, 감사인 지정 과정의 지역 안배와 비용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인회계사 A 씨는 “공익법인의 투명성은 중요하지만, 감사인 시장이 특정 대형 회계법인으로 집중되는 것은 또 다른 불균형을 낳는다”며 “감사인 풀을 지역 단위로 확대하고, 수수료 상한선을 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익법인 규모에 따른 차등화 기준이 필요하다. 서울 대형 법인 기준의 일괄 요율 적용은 지방 법인들에 사실상 벌금 수준의 부담을 준다”고 덧붙였다.
대한종합병원협회 관계자는 “의료법인 등 공익법인의 회계감사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감사인의 독립성만큼이나 피감기관의 현실적 부담을 고려한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