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괜히 해서!’가 스타트 끊어…넷플릭스 동시 공개 전략으로 글로벌 흥행까지 노려

11월 5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열린 새 수목 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재현 PD의 말이다. 그 말대로 한때 SBS 수목 드라마는 가장 막강한 인기를 누린 미니시리즈였다. 1995년에 방영된 고현정의 ‘모래시계’는 무려 64.5%라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1999년에는 심은하의 ‘청춘의 덫’(53.1%)과 김희선의 ‘토마토’(52.7%)가 인기리에 방송됐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든 시청률 50%의 벽을 뛰어넘은 이 3편은 역대 SBS 수목 드라마 최고 시청률 1~3위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올인’ ‘천국의 계단’ ‘명랑소녀 성공기’ ‘해피 투게더’ ‘피아노’ 등이 4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청률 40%를 넘긴 SBS 수목 드라마는 모두 9편인데 모두 1995년에서 2004년 사이에 방송됐다. 이 시기는 지상파 방송 3사 주중 미니시리즈의 전성기였고, 이때 방영된 작품들이 K-드라마 한류 열풍의 시작점이 됐다.
SBS 수목 드라마 제2의 전성기는 2013년이었다. ‘별에서 온 그대’(28.1%)와 ‘상속자들’(25.6%) ‘너의 목소리가 들려’(24.1%), ‘주군의 태양’(21.8%) 등 무려 4편이 20%를 넘기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용팔이’(21.5%), 2016년 ‘리멤버 아들의 전쟁’(20.3%) 이후로는 20%를 넘기는 화제작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SBS 수목 드라마는 2019년 11월에 종영한 ‘시크릿 부티크’를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그 자리는 2019년 2월에 시작된 SBS 금토 드라마가 이어받았다.
올해 방송가의 가장 큰 변화는 주중 미니시리즈의 부활이지만 그 중심은 월화 드라마였다. 꾸준히 월화 드라마를 편성해온 tvN과 ENA가 최근 ‘신사장 프로젝트’와 ‘착한 여자 부세미’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TV조선이 ‘다음생은 없으니까’로 합류했다.

이런 흐름에서 SBS가 다시 수목 드라마 라인을 부활시켜 눈길을 끈다. SBS 주중 미니시리즈 부활 움직임은 ‘굿파트너’가 큰 성공을 거둔 직후인 2024년 9월부터 엿보였다. 당시 방송가에서는 SBS는 월화 드라마를 위해 라인업 확보에 돌입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렇지만 결국 월화가 아닌 수목 드라마로 주중 미니시리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SBS의 수목 드라마는 ‘키스는 괜히 해서!’를 시작으로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나의 친애하는 찐따에게’, ‘어디가요? 인기가요!’ 등이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편성은 저녁 9시다. 이로 인해 같은 시간 방영되는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편성 시간이 수요일 밤 10시 20분으로 변경된다.
아무래도 9시 편성은 TV조선의 트롯 예능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TV조선 트롯 예능은 목요일 밤의 최강자다. 현재 방송 중인 ‘사랑의 콜센타 세븐스타즈’도 꾸준히 4~5%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12월에는 ‘미스트롯4’가 방송된다. 2024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방송된 ‘미스터트롯3’은 자체 최고시청률이 19.1%나 되고, 2023년 12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방송된 ‘미스트롯3’은 19.5%를 찍었다. 확실한 고정 시청층을 확보한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 목요일 밤 10시에 편성돼 있는 터라 정면대결을 피해 저녁 9시로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SBS 수목 드라마의 부활은 드라마 업계 전반에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그간 방송가에서 주중 미니시리즈가 대거 사라진 데에는 제작비 절감이 주된 이유로 꼽혔는데, 지상파 3사 역시 월화와 수목으로 주중 2편씩 편성했던 미니시리즈를 주말로 옮겨 매주 1편만 편성해 왔다. 그러다 보니 전체 작품도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글로벌 화제작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K-드라마가 지금의 글로벌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꾸준한 드라마 제작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SBS의 수목 드라마 제작 재개를 통해 주중 미니시리즈 시장이 이전 같은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방송가에선 SBS의 수목 드라마 부활이 웨이브를 떠나 넷플릭스와 손잡은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SBS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바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화제가 되는 드라마의 경우 실시간 글로벌 흥행까지 노릴 수 있게 되면서 톱스타급 배우 섭외 등이 용이해졌다.
SBS의 주중 미니시리즈 부활 행보가 방송가에서 화제가 된 2024년 9월은 ‘굿파트너’가 큰 성공을 거두며 종영한 시점이기도 하지만, 국내 OTT 업체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추진하자 넷플릭스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과 본격적으로 접촉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결국 SBS는 2024년 12월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고, 지난 9월 30일자로 웨이브를 떠났다.
관건은 최대한 빨리 SBS 수목 드라마에서 화제작이 나오는 것이다. 넷플릭스를 통한 글로벌 흥행이면 더 좋다. 그만큼 첫 주자인 ‘키스는 괜히 해서!’의 어깨가 무겁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