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축’ 아트바젤과 프리즈 중동으로 향해…코로나19 이후 시장 재편 속 메가·소규모 갤러리 상생 도모
[일요신문] 주요 국제 아트페어는 대부분 하반기에 포진해 있다. 6월 아트바젤 바젤을 시작으로 9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10월 프리즈 런던과 아트바젤 파리에 이어 12월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가 이어진다.

같은 시기에 개최되는 위성 아트페어도 여럿이다. 아트바젤 바젤과 함께 메세 바젤에서 열리는 리스테는 중소 또는 신진 갤러리가 참가하는 아트페어다. 탄탄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리스테에는 올해 한국 갤러리가 다수 참가했다.
9월에는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이 4년째 동시에 열렸다. 프리즈 서울에 꾸준히 참여했던 외국 갤러리 중 일부가 불참했지만 한국 갤러리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시장 침체 중에도 초고가 작품 판매 소식으로 들썩였고,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이 판매되며 시장 수요는 꾸준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키아프는 외국 갤러리의 수가 증가했지만,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에 모두 참가했던 갤러리 여럿이 프리즈를 선택해 공백이 느껴졌다.
10월 리젠트파크의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에는 약 300곳이 참가했다. 지난해까지 주춤했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거래가 활발했다는 평이다. 며칠 뒤 그랑팔레에서 개최된 아트바젤 파리는 갤러리의 주요 고객인 VVIP를 위한 프리뷰를 별도로 진행하며 세일즈를 끌어올렸다. 위성 아트페어 중 런던에서는 아프리카계 작가에 집중하는 1-54 Contemporary African Art Fair와 대안 호텔 페어 Minor Attraction이, 파리에서는 매해 다른 장소에서 개최되는 대안 아트페어 Paris Internationale과 아시아 작가에 초점을 맞춘 Asia NOW가 주목받았다.
프리즈 런던과 아트바젤 파리의 참가 갤러리는 상당수 겹쳤지만, 참가비용이 상승하고 장소도 시기도 가까운 터라 일부 갤러리는 파리를 선택했다. 경쟁구도로 지켜보는 이들은 런던이 가고 파리가 왔다고 입을 모은다. 파리의 위상이 높아진 건 맞지만 유럽 내 다양한 허브가 공존하고 서로 시너지를 내는 과정이 아닐까.

아트바젤과 프리즈의 양대 구도는 더욱 뚜렷해졌다. 현재 아트바젤은 바젤, 마이애미 비치, 홍콩, 파리에서, 프리즈는 런던, 뉴욕, LA, 서울에서 열리는데, 내년에는 모두 중동으로 확장된다.
아트바젤 카타르는 내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다. 87개 갤러리가 참가해 작가를 1명씩 선보인다. 바라캇 컨템포러리(김윤철), BB&M(임민욱), 악셀 베어보르트(김수자), 에스더쉬퍼(아니카 이)가 한국(계) 작가를 소개한다.
한편 프리즈는 2023년 엑스포 시카고와 아모리쇼를 인수한 데 이어 내년 11월부터 아부다비 아트를 대체해 프리즈 아부다비를 개최한다. 사우디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는 국가비전 정책에 따라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지분을 일부 인수하거나 투자 및 공동 주최하면서 주요 미술관의 분관을 설립하고, 경매사 소더비에 자금을 수혈했고, 아트바젤에 이어 프리즈까지 유치하며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국제 아트페어는 점차 판매의 장에서 나아가 한 지역이 문화 및 경제와 관광 허브로 기능할 것이다.

모든 아트페어가 국제성을 띠어야 할까? 대부분의 지역 갤러리에서 시작해 외국 갤러리가 참가하거나, 외국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대부분 공간을 대여해, 일정기간 부스비와 입장료, 후원금으로 운영한다. 외부에서 개최되든, 지역 갤러리를 연결해 방문하는 형식이든, 호텔에서 열리든 아트페어의 사업모델은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확산된 ‘연대’와 ‘배려’의 움직임은 ‘다양성 강화’라는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메가 갤러리의 선행과 상생 도모도 활발하다. 하우저앤워스는 소규모 갤러리의 기존 역할을 존중해 수익을 배분하고, 사디 콜스는 작은 갤러리를 위해 공간을 내주며, 데이비드 즈워너 역시 다양성을 띤 작가와 기획자를 위한 공간을 운영한다.
아트페어 역시 신규 참가 갤러리나 일부 섹터의 부스비를 할인하고, 소외되지 않도록 전면에 배치하기도 한다. 국가나 인종, 정체성 측면에서 소수자인 작가 소개를 독려하고, 이들을 위한 주제전을 기획하며, 거래의 60~70%를 차지하는 회화가 아닌 다른 매체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메가부터 소규모 갤러리까지, 중견부터 신생 갤러리까지, 작가와 작품, 참가 갤러리 면면에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세계 주요 국제 아트페어는 350개에 달한다. 소규모 아트페어를 포함하면 훨씬 늘어난다. 아트페어가 단순히 많다고 해서 좋을 것은 없지만, 몇몇 주요 아트페어만으로 시장이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느냐, 얼마나 차별화된 기획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며, 이러한 요건을 갖춘 아트페어를 관객은 기꺼이 찾을 것이다.
이경민은 미팅룸의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국내외 미술시장과 미술산업 주체의 움직임에 주목해 다양한 매체와 기관에 글을 기고하고 강의해왔다. 주요 기관과 재단의 연구 용역과 컨설팅을 수행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관련 심사와 평가, 자문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 근무했고, '월간미술'의 기자로 활동했다. 공저로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 (스위밍꿀, 2019)과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 (선드리프레스, 2021), '크래시-기술·속도·미술시장을 읽는 열 시간'(일민미술관, 미디어버스, 2023)이 있다.
이경민 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