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확산에 유행 기간도 길어질 듯…지난해 수준의 대유행 가능성도

지난해에 독감이 대유행했는데 올 겨울 독감은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11월 17일 호흡기감염병 관계부처 합동대책반 회의에서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국내외 발생 추이를 볼 때 유행 기간이 길어져 지난해 수준의 대유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치는 벌써 지난해 대유행 수준에 근접했다. 2025년 45주차(11월 2일~8일) 전국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에서 확인된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50.7명이다. 전주(22.8명) 대비 122.3% 급증한 수치인데 초등학생인 7~12세 연령층에선 1000명당 138.1명을 기록했다. 역시 전주(68.4명) 대비 101.9% 증가한 수치다. 임 청장은 “초등학생 연령층 의심 환자 수는 이미 지난 절기(2024~2025) 정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6세 연령층 1000명당 82.1명, 13~18세 연령층 1000명당 75.6명으로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독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의원급 환자의 호흡기 검체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은 45주차 35.1%로 지난 주(19.0%) 대비 16.1% 포인트(p) 증가했는데 A형(H3N2) 바이러스가 33.6%로 가장 많다. A형(H1N1)pdm09 바이러스도 1.6% 검출됐는데 질병관리청은 “일부 변이가 확인되고 있으나 예방접종은 여전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치료제 내성에 영향을 주는 변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백신 접종과 증상이 있는 경우 출근과 등교를 자제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학교, 어린이집에서는 손씻기, 기침예절 등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하고, 회사에서도 아프면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강조하며 “겨울철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예방접종으로 국가 예방접종 대상자들께서는 꼭 접종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조기에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게 좋다.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발생 48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좋다. 독감 바이러스는 증상이 시작된 뒤 48시간 동안 가장 활발하게 증식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 복용해야 한다. 따라서 고열 등의 독감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고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는 게 좋다.
#3가 백신과 4가 백신 두고 고민
독감 백신 접종 시 3가 백신과 4가 백신 사이에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백신이 방어하는 바이러스 종류가 세 가지면 3가, 네 가지면 4가다. 정부는 13세 이하와 6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국가예방접종 백신을 기존 4가에서 3가로 전환했다. 그러다 보니 무료 접종 대상이지만 돈을 내고 4가 백신을 접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몇만 원 아끼려고 무료로 3가 백신을 접종했다가 결국 독감에 걸려 고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독감 백신 3가 전환을 권고한 곳은 세계보건기구(WHO)다. 한국은 2020년부터 4가 백신으로 국가예방접종을 실시했는데 그 이유 역시 WHO 권고였다. 3가 백신을 접종했는데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B형 바이러스에 걸리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WHO가 3가 전환을 권고한 이유는 B형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사실상 소멸한 것으로 추정해서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강도 높은 방역 조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소멸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19년 7월 이후 B형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2020년 3월 이후에는 검출된 사례가 없다. WHO 권고에 따라 미국은 2024년에 3가 백신으로 전환했고 영국, 일본, 대만 등도 3가 백신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따라서 무료접종 대상인데 굳이 비용을 지불하면서, 혹은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니어도 굳이 3가보다 비싼 4가 백신을 접종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질병관리청도 “4가 백신과 3가 백신의 면역원성 결과에서 A형 및 B형에 대해 유사한 효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잠잠
코로나19는 크게 유행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2025년 45주차에 153명을 기록했다. 42주차 195명에서 43주 178명, 44주 201명, 45주 153명을 기록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6월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다 9월 중순부터 감소세로 전환돼 현재는 200명 내외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입원환자는 45주차에 216명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122명) 대비 77%가량 증가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