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세 7,000여만 원 투입된 스페인 공무 출장 ‘성과’ 의문

출장 목적으로는 ‘선진 재난·안전 관리 사례 및 운영 시스템 견학, 지방의회 성공사례 분석으로 주민참여 확대 방안 모색, 주요 문화재 탐방으로 관리체계 보존을 위한 정책 활용 수립 참고’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7박 9일 일정 중 2차례(2일 차 오전. 3일 차 오후)의 기관 방문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정 대부분은 스페인 유명 관광지(미술관, 공원, 박물관, 대성당 등) 탐방으로 밝혀져 공무 출장의 목적과 다른 외유성 관광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공개된 ‘공무 국외 출장보고서’ 확인 결과, 출장 의원들이 작성해야 할 보고서마저 의회 직원이 대리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이천시의회 공무 국외 출장 규칙’에 따라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의원은 30일 이내에 출장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한 규정을 무시한 것이다.
의회 직원들이 대리 작성한 것으로 파악된 ‘출장 보고서’를 살펴보면 ‘주요시찰’ 내용으로 10곳의 스페인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며 탐방 결과를 분석한 대안 제시보다 ‘참고할 수 있다’, ‘참고할 사항’, ‘참고할만한 사례’, ‘주목할 점’ 등으로 기록했다.
출장 후기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의원 9명 중 4명의 의원은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5명의 의원은 보고서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의정활동에 활용할 구체적인 대안 제시보다는 출장 개요, 방문 내용, 시사점· 특이사항, 시정 접목 방안 및 건의 사항 등으로 나열됐다.
특히, 출장 후기를 통해 일부 의원들은 ‘소중한 경험이다’,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됐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 ‘유익한 기회로 평가된다’는 등의 다소 황당한 소감을 남겨 혈세 7,000여만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공무 국외 출장’의 성과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보고서’는 제도개선에 관한 사항, 활용 방안, 유사 목적으로 출장하게 될 출장자를 위한 조언,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항과 관련 통계․법령․문헌 등 구체적인 근거를 명시해야 한다.
의회 관계자는 “보고서를 제출해주신 의원님들의 내용을 기초로 출장 기간 중 수시로 토론과 회의 등을 통해 말씀하신 사항들을 요약,정리해 의원 2~3명 명의로 나누어 작성하게 됐다” 해명했다.
지방의회의 국외 공무출장에 대한 비난은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논란이 일고 있는 지방의회의 외유성 공무출장을 방지하기 위해 ‘공무 국외 출장 규칙’을 개정해 사전검토 절차를 강화했다.
이천시의회도 연수에 앞서 7월 25일 출장의 필요성, 적합성과 방문 기관의 타당성 등을 심사하기 위한 ‘심사위원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정이 관광지 탐방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의 출장계획이 “잘 짜여져 있다”라는 평가와 함께 참석위원(5인) 전원 ‘적합’ 판정으로 원안 가결됐다.
결국, 지난 1월 개정된 ‘지방의회 공무 국외 출장 규칙’에 명시된 ‘1일 1기관 방문’, ‘수행 인원 최소화’ , ‘정책 발굴과 자료 수집 목적으로만 국외 출장 수행’, ‘개인 부담 출장 금지’ 등을 무시한 ‘형식적인 부실 심사’를 진행한 것이다.
또한, 일정 확인 결과 스페인 축구 명문 구단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홈 구장 방문, 시내 관광 등은 여론 악화를 의식해 보고서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원들이 직접 작성· 제출해야 할 ‘출장 보고서’가 대리 작성으로 기념 사진과 인터넷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자료 위주로 채워진 것은 스스로 외유성 여행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질책하고 “이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방의회의 관리·감독 부재에 따른 것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의회 관계자는 “의원님들이 장거리 여행에도 불구하고 시 정책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을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나 시민들이 이해하기에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지적된 사항들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보완해 ‘공무출장’이 당초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천시의회는 지난 2023년 유럽(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3개국을 방문하고 작성된 ‘결과보고서’를 인터넷 자료를 그대로 베끼고, 짜깁기하는가 하면 심지어 다른 기관의 '출장보고서'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당시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사실도 있다.
유인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