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 재발에 대한 두려움 지속되며 일상 활동 회피…적절히 치료하면 70~90% 호전 가능

교통사고나 화재, 또는 천재지변 같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불안 증상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별다른 생명의 위협이 느껴지지 않는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 같은 일상 공간에서 이유 없이 불안 증상이 나타날 경우 공황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 기능과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요인’이 공황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가바 등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이 깨져 발생하는 시스템 이상을 비롯해 측두엽과 전전두엽 등의 뇌 구조 이상, 그리고 유전적 소인 등이 여기 속한다.
이외에 과도한 스트레스와 예민한 신체 감각 민감성, 불안 민감성 등의 ‘심리·성격적 요인’과 급격한 생활 변화와 만성적인 불안 상황 노출, 질병이나 사고 경험 등의 ‘환경적인 요인’도 공황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공황장애 진단은 미국정신의학회가 발간한 DSM-5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 우선 예상하지 못한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하는데 DSM-5이 제시된 증상 13가지 가운데 4가지 이상이 나타나야 한다. 13가지 증상은 다음과 같다.
△빈맥, 가슴 두근거림 또는 심장박동수 증가 △땀 흘림 △떨림, 전율 △숨이 막히는 느낌 △ 호흡이 짧아지는 느낌 내지는 질식감 △흉통과 가슴 불편감 △구역질 또는 복부 불편감 △어지럽거나 불안정감, 멍한 느낌 또는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오한 또는 화끈거리는 느낌 △감각 이상(마비감 또는 짜릿짜릿한 느낌) △비현실감 또는 이인증(자신에게서 분리된 느낌) △자제력 상실 또는 미칠 것 같은 두려움 △죽을 것 같은 두려움
두 번째는 1회 이상 발작 이후 1개월 이상 추가 공황발작이 일어나거나 예기불안, 회피 행동 등이 나타나야 한다. 세 번째로 약물이나 다른 신체 질환에 따른 것이 아닌지와 다른 정신 질환에 더 부합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참고로 공황발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신체 질환으로는 관상 동맥 질환, 갑상선기능 이상, 부갑상선기능 이상, 간질, 갈색종, 저혈당증, 심실상성 빈맥 등이 있다.
공황장애는 만성적인 질병으로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70~90%의 환자가 뚜렷한 호전을 경험하는 등 치료 반응이 좋은 편이다. 조기에 치료할수록 만성화와 광범위한 회피로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반면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광장공포증이나 우울증 등의 2차 질환이 동반돼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대표적인 공황장애 치료법은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가 있다. 약물치료에는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SNRI(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같은 항우울제 약물과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 약물이 주로 쓰인다.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 약물이 항우울제 약물에 비해 치료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장점이 있지만 지속 시간이 짧고 장기간 복용하면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정신과 전문의의 관리 아래 단기적 사용이 권고된다.
인지행동 치료로는 이완요법, 호흡훈련, 실제 상황에의 노출 등이 있는데 불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교정하고 회피를 점진적으로 줄여 정상 기능을 회복하며, 공황발작을 유발하는 신체 감각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준다. 인지행동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등의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과 안정적인 수면 패턴 유지, 스트레스 관리 등의 생활 습관 관리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이경규가 공황장애 관련 사안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경규는 6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서 주차요원 착오로 본인 차량과 같은 차종인 다른 차량을 운전해 이동한 일이 있었다. 해당 차량 소유주의 절도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면서 이경규가 조사를 받았는데 음주측정에선 음성이 나왔지만 약물 간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알고 보니 이경규가 공황장애로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하고 운전했기 때문이었다. 이경규는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제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는데 결국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