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까지 이러한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비상계엄 1년이 되는 12월 3일에 사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11월 25일 ‘사과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도부 차원의 ‘공식’ 사과다. 그런데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는 사과할 의향이 없어 보인다.

11월 2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4% 그리고 무당층 26%였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해 11월 24일 발표한 여론조사(11월 20일과 21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방식의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민주당 47.5% 국민의힘 34.8%였다.
다른 ARS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0%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주로 이런 ARS 조사 결과를 신뢰하는 듯하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도부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ARS 조사의 특성이다. ARS 조사는 일반적으로 양대 정당의 적극 지지층이 주로 응답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기계음에 대고 5분 이상 대답하기란 상당한 정치적 관심이 없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ARS조사 방식의 특성을 감안하면,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는 적극 지지층의 욕구에는 부합하는 것이 분명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중도층이나 일반 보수 유권자들까지 지지한다고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 정확한 민심 파악을 위해서는 중도층이나 일반 보수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응답하는 전화 면접 조사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특히나 7개월 정도 남은 지방선거를 의식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1월 26일 “진영에 속한 사람들은 대체로 투표하고, 중도층은 투표를 많이 하지 않고 기권자가 많다”라고 언급했다. 즉, 지나치게 중도층을 의식할 필요는 없고, 그래서 사과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이러한 주장도 일면 타당성이 있다. 지방선거의 경우 총선보다는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도층의 선거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지방선거의 승패는 단순히 몇 군데의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는가 하는 양적 지표보다는, 상징적 지역에서 승리했는가 여부가 더 중요한 선거 승리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상징적 지역이란 서울과 경기 그리고 부산, 인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지역에는 이른바 스윙 보터들이 다수 거주한다. 그렇기에 현재와 같은 전략을 고수할 경우 해당 지역에서의 승리는 극히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그나마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 차원의 사과가 필요한 것이다.
‘사과는 몇 번 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사과를 받아들일 대상이 만족할 때까지 사과는 계속해야 한다. 사과는 스스로의 위안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런 ‘사과의 의미’를 되새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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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