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교차운행 추진…좌석공급 확대, 중복비용 감소 효과 노조·학계 의견 엇갈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월 8일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2026년 3월부터 서울발 KTX와 수서발 SRT를 기종점 구분 없이 교차운행을 추진한다. SRT가 출퇴근시간대는 물론 주말과 성수기에도 상시매진에 가까운 상황이 반복되자 좌석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이어 2026년 6월부터는 시범사업을 거쳐 KTX와 SRT 차량을 복합 연결하고, 서울역과 수서역을 자유롭게 운행하게 해 차량운용률을 높이고 좌석 공급을 늘릴 방침이다. 기존의 ‘서울→부산→서울→부산’ 운행을 ‘서울→부산→수서→포항→서울’ 노선 등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식이다.
예·발매 시스템도 단계적으로 통합된다. 우선 코레일톡 애플리케이션(앱)과 SRT 앱 모두에서 서울로 검색하면 서울·용산·수서역이 한 번에 조회되는 식으로 검색 지역 모든 인근 역이 나타나도록 바뀐다. 내년 말까지는 하나의 앱으로 KTX·SRT 결제와 발권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SRT에서 코레일 일반열차(ITX-마음 등)로 환승할 때 요금 할인을 도입한다. KTX와 SRT 간 열차 변경 시 취소 수수료 면제도 추진된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자회사 SR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고속철도 통합은 단순 기관 간 결합하는 흡수통합이 아니라 한국의 철도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통합 과정에서 SR 직원의 불이익이 없도록 정부가 각별히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학계마다 통합 효과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코레일 제1노조인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지난 12월 11일 논평을 통해 “고속철도 운영기관의 통합은 철도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공공성 또한 높일 초석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코레일은 통합 시 중복비용 405억 원을 절감하고, 일일 1만 6000석의 좌석 증가 효과가 나타난다고 추산했다. KTX 운임을 10% 인하해도 470억 원가량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서평택고속선은 당초 코레일이 운영하기로 예정됐으나 갑작스레 민영화·경쟁 체제로 전환이 됐는데, 원래 취지에 맞게 통합 운영이 되는 것”이라며 “그간 부족했던 수서발 고속열차 좌석이 확대되고, 통합으로 인해 비용이 감축되기 때문에 매출·이익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SR 노조는 지난 12월 11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코레일이 제시했던 효과 산출 근거가 취약하다며 통합에 반발하고 있다. SR 노조 측에 따르면 정부와 코레일이 밝혔던 중복비용 중 약 200억 원은 인건비 절감분으로 추산된다. 통합 과정에 고용 승계가 전제돼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감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좌석난에 대해 SR 노조는 “통합이 아니라 차량 투입·선로 용량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 SR 노조는 “코레일이 올해 초 KTX 요금 17% 인상을 요구해놓고, 통합 추진과 동시에 10%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은 명백한 정책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독점 체제 전환으로 인해 서비스 품질 저하, 요금 인상 압박, 파업 시 철도망 전면 마비 등의 가능성에도 우려했다.
최진석 한국철도경제연구소장은 “중복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관끼리 통합하면서 조직을 축소해야 하는데, 조직은 하나도 안 건드린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라며 “열차 물량 부족으로 수서발 좌석이 부족하지만, 서울·용산역발 고속열차 좌석도 풍부하지는 않기 때문에 교차 운행 이후 서울·용산역에서도 불편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광균 송원대학교 철도운전경영학과 교수는 “한 기관으로 통합 시 열차 회전율이 높아질 수 있으며, 수요가 많은 정거장에는 열차 량(객실 칸)이 많은 걸 보내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정거장에는 량이 적은 열차를 보내는 방식 등으로 운행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코레일이 보유한 열차를 비롯해 SR이 보유하고 있는 32편성(코레일이 대여해준 22편성 포함)도 같이 통합될 텐데 관리·점검 인력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비용 절감이 많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코레일 관계자는 “SR 노조 성명서 등 여러 사안에 대해서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 정책에 충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