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진술 오락가락, ‘한학자 최측근’ 정원주 입 주목…야권 ‘통일교 특검’ 추진 호의적 여론에 여권 부담

이어 윤 전 본부장은 수사 당시 특검에 “국회의원 리스트도 말했다”며, 수사보고서에 날인까지 했는데 왜 증거기록에 없느냐고 특검 측에 항의했다. 언급된 여야 정치인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 5명이었다.
윤 전 본부장이 관련 내용을 진술한 것은 지난 8월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특검팀은 그의 진술 내용이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적·물적·시간적 관련성이 없으며,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어 17일에는 서울구치소를 찾아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인 한학자 총재를 약 3시간 동안 접견 조사했다. 수사팀은 윤 전 본부장 진술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한 총재를 상대로 수천만 원 현금과 고가 시계 등을 전달한 정황 등에 대해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금고지기’로 불리는 통일교 관계자도 참고인으로 불러 한 총재 개인금고에 보관된 280억 원 상당 현금의 출처와 사용처를 조사했다.
정치권과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정원주 씨를 주목한다. 정 전 실장은 12월 18일 참고인 신분으로 13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정 전 실장은 지난 2015년 한 총재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후 통일교 교단의 인사와 행정, 재정을 총괄한 ‘최고실세’로 알려진 인물이다. 교단 안팎에서는 통일교 정치권 로비의 ‘키맨’으로 거론된다.
통일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윤영호 전 본부장과 정원주 전 실장은 급이 다르다. 정말 은밀하게 로비를 해야 할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정 전 실장이 했을 것”이라면서 “정 전 실장 수사가 진척된다면 한학자 총재나 통일교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다. 동시에 정치권도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했다.
윤영호 전 본부장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은 정 전 실장 수사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통일교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했던 자료들 중 정 전 실장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 부분에 대해 집중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기엔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과의 커넥션을 입증할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경찰은 전재수 전 장관과 임종성 전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 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수수 혐의로 피의자 입건했다. 함께 언급된 나경원 의원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입건하지 않았다.

전재수 전 장관은 12월 19일 경찰청에 출석하면서 “정치적 험지라는 부산에서 세 번 낙선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네 번째 당선됐다. 그런 내가 시계 한 점과 현금 2000만 원으로 고단한 인내의 시간을 맞바꿨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통일교로부터 그 어떤 불법적인 금품수수가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경찰이 전방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선도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듯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윤영호 전 본부장 등의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본부장은 12월 10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통일교 측이 지원했다고 주장한 민주당 정치인 명단을 언급하지 않고 침묵했다.
이틀 후 권성동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는 “세간에 회자되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며 “내가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제공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진술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일교 내부에서도 엇갈리는 증언이 나왔다. 12월 16일 한학자 총재와 정원주 전 실장 등에 대한 정치자금법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윤영호 전 본부장과 이현영 전 부회장의 증인신문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부회장은 윤 전 본부장이 정치계 인사들에 접근한 건 한 총재의 지시가 아닌, 그의 독단적 행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윤 전 본부장의 물귀신 작전이다. 참어머니로 명분을 얻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본부장은 ‘본인은 의사결정을 할 권한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 통일교 주최 ‘한반도 평화 서밋’ 행사 참석 관련해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이재명 측으로부터 각각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행사에)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연설한다고 하니 윤석열 후보 측과 이재명 후보 측 모두 연락이 왔다”며 “내 기억엔 이 후보는 참석하기 어렵다며 (펜스와의 대담을) 나중에 하겠다고 했고, (이 후보 측에서) 최근에 이슈 된 민주당 캠프 두 분은 브릿지(연결)를 해줬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도 해당 인사가 누구인지 구체적인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여권 한 관계자는 “통일교의 금품수수 및 청탁 관행을 보면 모든 기록을 남긴다. 권성동 의원 수사 때 돈을 건넨 구체적 시기와 장소, 사진 증거 등이 다 나오지 않았느냐. 하지만 전재수 전 장관 등의 수사를 보면 아직 그런 증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결국 이번 수사의 시작은 윤영호 전 본부장의 입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윤 전 본부장 측은 현재 ‘그가 정치인들에 직접 금품을 건넨 게 아니라 건네는 것을 봤다’ ‘건넨 사실을 들었다’고 하며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결국 실체가 없는 사건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야권에서도 통일교 특검 세부 내용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동력이 확보될 수 있을지엔 의문이다. 송언석 원내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12월 17일 회동하며 ‘통일교 특검’ 추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특별검사 추천권과 관련해 천 원내대표는 “개혁신당이 특검을 추천해야 한다”고, 송 원내대표는 “국회 정당이 아닌 대법원이나 대한변협에 추천권을 맡기자”고 각각 말했다. 특검의 수사 대상에 대해서도 천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와 여야를 가리지 않는 엄정한 수사”에, 송 원내대표는 “통일교와 여권 간의 금품수수 관계 및 은폐 정황 중심 수사”에 방점을 찍었다.
두 야당이 통일교 특검법 합의안을 발의한다 해도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의석수를 모두 합쳐도 110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기표 원내부대표 12월 15일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2차 (종합)특검의 경우 1차 특검에서 했던 수사가 미진한 부분에 있어 정당성을 충분히 갖는 것”이라며 “통일교 수사의 경우 민주당에 관한 것은 경찰에서 충분히 수사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은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은 특검 출범에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12월 16~18일 사흘간 전화면접 방식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일교 의혹 관련 수사’에 대해 ‘특검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62%를 기록했다. 반면 ‘특검 도입 필요 없다’는 22%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67%가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정부 출범 후 3대 특검을 띄웠던 여권으로선 이런 여론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발 특검 주장을 흘려들었다가 자칫 내로남불 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특검 요구를 수용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여권 인사들 이름이 대거 거론되는 상황에서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여권으로선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야당의 특검 요구가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긴 한다. 법조인 출신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경찰 수사에서 민주당 정치인들이 부각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정치인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히려 금품 관련해서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더 의혹이 짙어 보인다”며 “민주당은 ‘2차 종합특검’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통일교 특검을 받으면 정당성을 쌓을 수 있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더 곤혹스러워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