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강력 반발 속 대통령 엄정 수사 지시…윤영호 진술 늑장 이첩 논란, 추가 폭로 함구 놓고도 갑론을박

윤 전 본부장은 “2017~2021년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접근)했고, 그중 두 명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본부장은 수사 당시 특검에 “국회의원 리스트도 말했다”며, 수사보고서에 날인까지 했는데 왜 증거기록에 없느냐고 특검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10일 예정된 결심공판에서 관련 내용을 명확히 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윤 전 본부장이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국민의힘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금품 지원 내용을 진술한 것은 4개월여 전인 지난 8월로 알려졌다. 당시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내용이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적·물적·시간적 관련성이 없으며,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에서다.
당시 언급된 여야 정치인은 5명이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다.

정동영 장관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2021년 9월 30일 친구들과 강원도 여행 도중 동행자의 제안으로 가평 천정궁 통일교 본부에서 윤영호 전 본부장과 차담 형식으로 10분가량 만남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당시 윤영호 씨를 처음 만났으며 그 뒤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통일교 한학자 총재는 만난 적이 없고 일체 면식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30년 정치 인생에서 단 한 차례도 금품 관련한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없는바, 이를 오래도록 긍지로 여겨 왔다”고 강조했다.
전재수 장관 역시 11일 오전 방미 이후 인천국제공항 귀국길에서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연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전격 장관직에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해수부가, 이재명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더 책임 있고 당당하게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내 의지의 표명으로 사의를 표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전 장관은 이재명 정부에서 현직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난 첫 사례가 됐다.
앞서 예고한 것과 달리 윤 전 본부장은 10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통일교 측이 지원했다고 주장한 민주당 정치인 명단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변호인이 “특정 정당만 접근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변론해 여지를 남겼다.
윤 전 본부장은 입을 닫았지만, 민주당을 향한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강선우 의원,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여권 인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 최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도 등장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정교유착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 이는 헌법위반 행위”라며 “일본에서는 (유사한 사례에 대해)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는데, 이에 대해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일주일 후인 9일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조원철 법제처장을 향해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의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검토해 봤느냐”고 묻더니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러한 지시가 민주당에 불리한 수사를 막기 위해 통일교와 윤 전 본부장에 협박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동혁 대표는 9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치 개입 등 불법행위를 하는 종교단체에 대해 해산을 언급한 것을 두고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에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자 ‘더 말하면 씨를 말리겠다’고 공개적으로 겁박한 것”이라며 “공권력으로 진실을 덮으려는 ‘입틀막’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윤영호 전 본부장이 금품을 건넨 민주당 인사 실명 공개를 예고했다가 입을 다문 것에 대해 “대통령 협박이 먹혀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무서울 정도로 공과 사를 구분하는 사람이다. 나라의 헌법과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비위도 철저히 밝혀낼 거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성역 없는 수사’는 빈말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는 관련 내용이 경찰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윤 전 본부장이 5일 재판에서 해당 의혹을 폭로하며, 특검이 뒤늦게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한 것.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11일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 윤영호 전 본부장을 찾아 3시간가량 접견 조사했다.
이어 전담팀은 전재수 전 장관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3명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함께 언급된 나경원 의원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입건하지 않았다.

이러한 늑장·편파 수사 비판에 대해 특검 측은 ‘당시에는 윤 전 본부장 진술을 토대로 한 통일교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해당 사건만 따로 떼어내 이첩할 수 없어, 특검 수사가 종료되는 시점에 이첩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윤영호 전 본부장이 법정에서 ‘폭탄 발언’을 내놓고,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가 함구한 의중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윤 전 본부장의 특검 구형량과 관련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 많다. 특검은 10일 결심공판에서 윤 전 본부장에 대해 총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본부장의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고려해봤을 때 가볍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여권 한 관계자는 “윤 전 본부장이 구형 직전 민주당 정치인 얘기를 꺼내며 특검을 곤궁에 빠뜨렸다. 이어 추가적인 폭로도 암시했다. 특검 입장에서는 윤 전 본부장의 입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이에 구형을 낮추면서 윤 전 본부장에 입단속을 시킨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정치인들의 로비 의혹에 실체가 밝혀지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 정치인들에 대한 금품수수 증거가 명확히 있으면 윤 전 본부장이 처음부터 시비를 걸고 나섰을 것이다. 지금은 특검과의 구형량 거래 목적으로 보인다”며 “거론된 정치인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상황에서 의혹이 밝혀질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야당의 특검 요구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법조인 출신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이 ‘2차 종합특검’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내란몰이 언제까지 할 거냐’고 반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종합특검에는 통일교 수사도 포함된다. 민주당이 야당 의견을 받아서 종합특검을 만들면 정당성을 쌓을 수 있다. 국민의힘도 반대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