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왕궁 내 평범한 기념품이었지만 입소문에 완판…높은 품질에 합리적 가격도 인기 요인, 되팔이 사례도

겉모습만 보면 지갑은 심플하다.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버클형 반지갑부터 장지갑, 동전 지갑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소가죽으로 제작됐음에도 가격은 1200엔(약 1만 1000원)에서 5000엔(약 4만 7000원) 사이다. 부담 없는 가격대가 이 지갑의 큰 매력으로 꼽힌다.
고쿄 지갑을 판매하는 공익재단법인 기쿠요문화협회는 “고쿄를 방문한 사람들이 기념으로 간직할 만한 물건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지갑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궁내청 퇴직자 등을 고용해 인건비를 줄이고, 공장에 직접 발주하는 방식으로 생산 비용을 낮췄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협회 측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복을 부르는 지갑’이라는 입소문이 퍼졌고 언론에 소개되면서 올해 11월부터 인기가 폭등했다”고 밝혔다. 특히 골드 컬러의 장지갑은 개점 후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완판되는 일이 잦다.
인기 요인 중 하나는 품질이다. 꼼꼼한 바느질과 견고한 만듦새를 자랑하는 천연 가죽 지갑은 고가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가격은 훨씬 합리적이다. 다만, 대량 생산 제품이 아니어서 하루 판매 수량이 제한돼 있다. 구매 가능한 장소도 도쿄 고쿄 내 매장 두 곳, 쇼와기념공원 내 쇼와일왕기념관, 교토 고쇼 등 총 네 곳뿐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왕궁 내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 차분한 디자인이 맞물리며 고쿄 지갑은 순식간에 주목받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도쿄 기념품이나 선물용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인기가 정점에 달하면서 되팔이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일본 중고거래 앱에는 ‘금전운 상승’이라는 설명이 붙은 고쿄 지갑이 정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정가 2000엔인 골드 장지갑이 무려 24배에 달하는 4만 8000엔에 매물로 오른 사례도 확인됐다. 전매가 확산되자 협회 측도 대응에 나섰다. 사재기를 막기 위해 규정을 강화해 12월 13일부터 ‘한 종류당 1개’로 판매 수량을 제한했다. 또한, 과도한 행렬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