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 흘끔흘끔 생뚱맞은 7위 전쟁
▲ 센터 유망주 김종규(왼쪽)의 2010년 국가대표팀 연습 모습. 그를 비롯해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 나오는 유망주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작은 사진은 런던올림픽 진출 티켓을 따낸 필리핀전에서 선배 양동근(오른쪽)이 김종규를 격려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올해는 7위 경쟁이 더 재밌겠어.”
요즘 남자 프로농구에서 공공연하게 돌고 있는 우스갯소리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찰나의 고통이 10년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올 시즌 성적을 바탕으로 올해 10월 신인 드래프트의 지명권 순위 즉, 10년 대계(大計)의 운명이 결정된다. 다수의 농구 관계자들은 1년의 고통을 감수할 만하다고 말한다. ‘제2의 김주성’이라 불리는 김종규(경희대), ‘제2의 김선형’으로 평가받는 김민구(경희대) 등 올해 드래프트에 나오는 유망주들의 잠재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프로농구 드래프트 방식은 이렇다. 정규리그 7~10위 구단들에게 1~4순위 지명권이 주어진다. 추첨 방식이다. 4개 구단이 1순위 지명권을 가질 확률은 각각 23.5%다.
센터 유망주 김종규가 국가대표팀에 뽑혀 이름을 날린 2010년부터 올해 드래프트가 농구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013년 드래프트를 앞두고 2012~2013시즌을 팀 재건(리빌딩)의 시기로 삼아도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속된 말로 시즌을 ‘접는다’는 뜻이다.
프로농구의 팀당 총 보수 상한선(샐러리캡)은 21억 원이다. 어떤 구단도 샐러리캡을 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모든 구단은 총 보수 금액이 샐러리캡의 최소 70%(14억 7000만 원)를 넘어야 한다(규약 제80조 3항).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다. 대놓고 시즌을 ‘접는’ 팀이 생긴다면 리그의 질적 저하를 피할 수 없다. 70% 기준을 지킨 채 진행하는 팀 재건 작업은 비난을 받을 여지가 없다.
개막 전부터 창원 LG와 전주 KCC가 도마 위에 올랐다. LG의 보수 총액은 11억 2844만 1000원(샐러리캡 소진율 53.74%)에 그쳤고 KCC 역시 12억 5986만 5000원(샐러리캡 소진율 59.99%)으로 70%에 미달했다. 일부에선 그들이 대놓고 시즌을 ‘접는다고’ 투덜댔다.
그런데 KBL은 샐러리캡 70%에 미달됐던 2008-2009시즌 울산 모비스를 승인해준 바 있다. 전례를 들어 LG와 KCC의 손을 들어줬다. 2013년 드래프트를 앞두고 모두가 예민한 시기였다.
이 때문에 올 시즌 순위 경쟁은 산으로 가고 있다. KCC는 부동의 꼴찌, 이미 사실상 23.5%를 확보했다. LG는 예상을 깨고 중위권에서 선전 중이다. 하지만 전력을 감안할 때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올해 순위를 보자. 미래가 아닌 당장의 승리가 절실한 팀들이 나란히 상위권에 있다. 서울 SK는 항상 승리가 고픈 팀이다. 또한 오는 비시즌 때 귀화혼혈 선수 영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구단이다. 이때 문태종(인천 전자랜드)을 영입하면 규정상 10월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행사할 수 없다. 어차피 올해 드래프트는 관심 밖이다.
울산 모비스는 말이 필요 없다. ‘판타스틱 4(양동근-함지훈-문태영-김시래)’를 구축했다면 당연히 우승을 노려야 한다. 전자랜드에게 미래란? 드래프트가 아니다. 구단을 정상 운영해 줄 새로운 구단주가 미래다. 당장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우승팀의 자존심 때문이라도 6강 탈락은 용납이 안 된다.
나머지 구단들은 하향평준화 분위기 속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6위를 놓고 막바지 경쟁이 펼쳐질 때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어차피 우승을 노리기 힘든 전력이라고 판단된다면?
정규리그 7위는 예년과 느낌이 다르다. 경쟁할 만큼 경쟁한 뒤 23.5%의 달콤함도 누릴 수 있는 위치다. 올해 정규리그의 진정한 승자는 7위라는 우스갯소리를 허투루 여길 게 아니다. 막판 순위 경쟁과 눈치 싸움이 묘한 방향으로 흐를 여지가 있다. 이미 팬들도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다.
한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시즌 전 소속팀 감독에게 “올 시즌 무리할 필요가 없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도 좋다”고 말해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농구계 모두의 머리 속에 2013년 10월이 담겨 있다.
박세운 CBS 체육부 기자
유망주들 실력은
경희대 3인방 40연승 저력
경희대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대학리그를 평정했다. 그 사이 40연승이라는 놀라운 고공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김종규와 김민구는 물론이고 두경민을 포함한 4학년 진학 예정 3인방의 위력 때문이다.
김종규는 김주성을 연상케 한다. 207cm 장신에 마른 체구, 스피드는 웬만한 포워드에 못지않게 빠르고 점프력은 외국인선수 수준이다. 칭찬에 인색한 유재학 모비스 감독으로부터 “지금 기량만 놓고 봐도 선배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지칭한 선배는 김주성과 오세근이었다.
허재 KCC 감독은 좀 더 직설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그 해 대학리그 결승전을 보고나서 “김주성이 또 나왔다”라며 말문을 열더니 “(김)유택이 형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종규가 유택이 형 1학년 때보다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택 중앙대 감독은 199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한 센터였다. 그리고 허재 감독은 대학 때부터 곁에서 그의 기량을 지켜봐왔다.
191cm의 가드 김민구는 2011년과 2012년 2시즌 연속 대학리그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2012 대학리그에서 평균 22.6점, 6.1리바운드, 5.8어시스트를 올리며 다재다능한 기량을 뽐냈다. 사실상 2학년 때부터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중앙대 최고의 가드였던 김선형(서울 SK)이 프로 무대로 떠난 직후다.
김민구는 프로 최고의 선수로 떠오른 김선형과 비교된다. 김선형에 뒤지지 않는 돌파 기술을 갖췄고 드리블 기술과 외곽슛 능력은 오히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김선형처럼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모두 소화한다. 대학농구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김선형과 김민구의 라이벌 구도가 기대된다”고 입을 모은다.
드래프트에서 김종규와 김민구를 놓친다 해도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경희대의 질주를 완성시킨 마지막 퍼즐, 183cm의 가드 두경민이 있기 때문이다. 양동근(모비스)을 연상케 하는 체력과 기복 없는 공수 공헌도 그리고 득점 폭발력에 있어서는 김민구에 못지 않다. 경희대 3인방의 잠재력이 농구 판에 끼치는 영향력은 가히 어마어마하다.
박세운 CBS 체육부 기자
경희대 3인방 40연승 저력
경희대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대학리그를 평정했다. 그 사이 40연승이라는 놀라운 고공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김종규와 김민구는 물론이고 두경민을 포함한 4학년 진학 예정 3인방의 위력 때문이다.
김종규는 김주성을 연상케 한다. 207cm 장신에 마른 체구, 스피드는 웬만한 포워드에 못지않게 빠르고 점프력은 외국인선수 수준이다. 칭찬에 인색한 유재학 모비스 감독으로부터 “지금 기량만 놓고 봐도 선배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지칭한 선배는 김주성과 오세근이었다.
허재 KCC 감독은 좀 더 직설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그 해 대학리그 결승전을 보고나서 “김주성이 또 나왔다”라며 말문을 열더니 “(김)유택이 형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종규가 유택이 형 1학년 때보다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택 중앙대 감독은 199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한 센터였다. 그리고 허재 감독은 대학 때부터 곁에서 그의 기량을 지켜봐왔다.
191cm의 가드 김민구는 2011년과 2012년 2시즌 연속 대학리그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2012 대학리그에서 평균 22.6점, 6.1리바운드, 5.8어시스트를 올리며 다재다능한 기량을 뽐냈다. 사실상 2학년 때부터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중앙대 최고의 가드였던 김선형(서울 SK)이 프로 무대로 떠난 직후다.
김민구는 프로 최고의 선수로 떠오른 김선형과 비교된다. 김선형에 뒤지지 않는 돌파 기술을 갖췄고 드리블 기술과 외곽슛 능력은 오히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김선형처럼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모두 소화한다. 대학농구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김선형과 김민구의 라이벌 구도가 기대된다”고 입을 모은다.
드래프트에서 김종규와 김민구를 놓친다 해도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경희대의 질주를 완성시킨 마지막 퍼즐, 183cm의 가드 두경민이 있기 때문이다. 양동근(모비스)을 연상케 하는 체력과 기복 없는 공수 공헌도 그리고 득점 폭발력에 있어서는 김민구에 못지 않다. 경희대 3인방의 잠재력이 농구 판에 끼치는 영향력은 가히 어마어마하다.
박세운 CBS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