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는 연말… 마시면 확 깹니다
15년간 연속 1위. 시장점유율 70%. CJ 컨디션의 위상이다. 컨디션은 1992년 출시 후 단 한 차례도 숙취제 시장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을 만큼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그동안 우후죽순처럼 많은 숙취제가 나왔지만 컨디션의 아성 앞에서 ‘쓰린 속’을 달래며 사라져 갔다.
브랜드 파워에서도 컨디션은 타사 제품을 압도한다. 올 초 한 일간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숙취제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7%가 컨디션이라고 답한 것. ‘국민숙취제’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컨디션의 실제 효능이 그리 뛰어난 게 아니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값이 싸서 많이 팔린 것일 뿐’이란 게 그들의 주장이다. 컨디션의 판매가격은 2500원으로 경쟁사 제품에 비해 1500~2500원가량 싸다.
이에 대해 CJ의 한 관계자는 “효과가 없으면 아무리 값이 싸도 이렇게 많이 팔렸겠느냐”라고 반박한다. 이어 그 관계자는 “처음엔 모닝케어 등 일부 숙취제가 시장에 돌풍을 일으켜 그 여파를 걱정했었는데 우리 제품의 판매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며 느긋해 했다.
현재 CJ는 하반기를 겨냥해 ‘컨디션 파워’를 출시한 상태. 기존의 컨디션에 비해 숙취 해소 성분을 33% 강화하고, 해독작용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글루타치온이라는 성분을 보강한 제품이다.
신제품 출시와는 별도로 홍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타자’라고 불리는 야구선수 이승엽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것. 이는 소비자들에게 컨디션이 ‘국민숙취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CJ 측은 밝혔다.
이런 컨디션의 아성에 도전하는 제품들이 있다. 우선 ‘여명808’. 그런데 왜 ‘808’일까. 그래미가 만든 숙취제 여명808을 접한 소비자라면 한 번쯤 가졌을 궁금증이다. 그래미 측은 “808번의 실험을 거쳐 탄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명808은 오리나무 추출액 등 한방재료를 주원료로 해서 만든 제품. 그만큼 품질에는 자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세계 11개국으로부터 특허를 받았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지난해 여명808의 매출액은 대략 200억 원. 전체 시장의 20%를 웃도는 금액이다. 49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컨디션에 이어 2위다. 그래미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이미 지난해 매출을 넘어섰다. 올해 20% 정도 더 벌어들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이승엽을 모델로 내세운 컨디션. 오른쪽은 여명 808, 모닝케어. | ||
숙취제의 ‘소리 없는 강자’ 여명808의 고민거리는 바로 ‘맛’이다. 한방재료를 원료로 사용하다 보니 쓴 맛이 강한 것. 그래서 여명808은 여성층에게 인기가 별로라고 한다. 이에 대해 그래미 측은 “다른 제품처럼 방부제도 사용하지 않고, 한방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여명808은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 관계자는 “원래 주당들의 입소문만으로 여기까지 왔다. 제품으로만 승부할 것이다”라며 연말이라고 해서 특별한 마케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홍보의 일환으로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회사가 위치한 철원 일대를 무료로 관광시켜주고 숙식을 제공해주는 ‘입소문 마케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제약업계 1위 동아제약이 2005년 11월 숙취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동아제약이 숙취제 시장에서 성공할 것인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동아제약이 야심차게 내놓은 ‘모닝케어’는 보란 듯이 업계의 전망을 무너뜨렸다. 출시 1년 만에 500만 병을 팔아치우며 히트를 친 것. ‘후발주자’였지만 지난해 매출액 140억 원을 기록하며 당당히 시장 3위로 명함을 내밀었다.
모닝케어는 특히 젊은 층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출시 초반에 대학가 등지를 돌며 체험이벤트를 실시한 것이 먹혀들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값도 컨디션과 여명808의 중간인 4000원으로 책정해 지갑이 가벼운 젊은 층의 부담을 덜어줬다. 동아제약 측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 ‘맛과 향’을 꼽았다. 제품에 자일리톨 벌꿀 등을 첨가해 단맛이 나 마시는 데 전혀 부담이 없다는 주장이다.
다른 경쟁사들은 모닝케어를 그저 ‘맛 좋은 음료’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알코올 분해라는 숙취제의 기본적인 효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이에 대해 동아제약 측은 “맛은 보너스”라며 “제약업계에서 다져진 노하우로 치밀하게 연구한 결과물이다. 알코올 분해는 기본이고 ‘밀크시슬’이라는 성분이 간 보호에도 탁월한 작용을 한다”고 밝혔다.
숙취제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모닝케어. 지금은 그 열풍이 잠시 식은 것처럼 보인다. 동아제약 측으로서는 초반 바람을 다시 불러일으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 이를 위해 ‘동아제약’이라는 브랜드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제약업을 하면서 다져놓은 약국의 유통망도 적극 활용하는 ‘이원화 전략’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