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배경으로 원폭 버섯구름 이미지 사용, 안중근 의사 정신 왜곡했다는 지적…경기도박물관 측 “조만간 교체 예정”

김동연 지사는 개막식에 직접 참석해 “안중근 의사의 혼과 기백, 정신이 담긴 것을 최초로 실물 공개한다”며 “독립의 가치, 평화의 사상, 나아가서 통일까지 이르는 길에 있어 경기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전에서는 안중근 의사가 ‘동양평화론’을 통해 제국주의와 침략 전쟁을 비판하고,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제시한 인물이라는 점을 조명했다. 한·청·일 삼국 연합 구상 등 유럽연합보다 50여 년 앞선 비전은 안중근 의사가 실천적 평화주의자였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안중근 의사의 철학과 전시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특별전 전시 배경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중근 의사 특별전이 열리는 전시관 입구의 벽면에는 행사 소개 이미지가 전면으로 붙어있었다. 왼쪽에 안중근 의사의 사진이 있고, 중앙에는 일본의 대표적 평화운동가 고토쿠 슈스이가 안중근 의사를 찬양하며 쓴 한시가 적혀있었다. 문제는 오른쪽에 ‘나가사키 원폭 폭발 버섯구름’이 등장한 것이다.
이번 특별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안중근 의사의 ‘장탄일성 선조일본’ 유묵 뒤에도 배경 이미지로도 나가사키 원폭 폭발 버섯구름 사진이 크게 배치됐다. 유묵 옆에 놓인 소개 영상에서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와 폭발 장면, 이후 폐허가 된 도시들의 모습 등이 계속 등장했다.

이번 특별전의 주최는 경기도, 주관은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박물관이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전시 주최·주관 측에서 ‘장탄일성 선조일본’ 유묵에 일본 제국주의의 종말과 그에 대한 탄식·조문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해석에 따라 원폭 배경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유묵 옆 소개 영상을 보면 일본 제국주의 패망 결정적 계기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원폭 투하는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비극적 사건이다. 조선인 동포와 강제동원 노동자들도 다수 피해를 입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일대에는 한국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묘비와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문화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공공박물관의 전시는 해석의 자유 이전에 역사적 책임이 따른다. 관람객, 특히 청소년에게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전시가 오히려 또 다른 역사적 상처를 소환하고 왜곡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12월 20일 개막식 과정에서도 일부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경기도박물관에서는 열흘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박물관 관계자는 “관장대행 체제다. 문제 의식을 갖고 조만간 교체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