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산신도시 AI·슈퍼컴퓨터 인프라 추진…전력 공급 로드맵은 제시 안 돼

문제는 하남시가 이미 전력 인프라를 둘러싼 갈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전력 수급의 핵심 시설인 동서울 변전소를 둘러싼 증설·운영 문제는 장기간 표류하며 주민 수용성과 인허가 논란을 낳아왔다. 기존 전력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전력 수요를 전제로 한 AI 클러스터와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가 현실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이현재 하남시장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5성급 호텔 건립과 K-컬처 복합 콤플렉스 조성을 위한 임대주택 비율 완화, 개발제한구역(GB) 해제 절차와 외자 유치 과정에서의 도 차원 지원을 건의했다. 김 지사는 이에 대해 적극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임대주택 비율 조정과 개발제한구역(GB) 해제는 모두 경기도를 넘어 중앙정부와 관계 부처 협의, 각종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전력 인프라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변전소 신설·증설과 송전망 구축은 한국전력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장하는 국가 전력 정책의 영역이다. 특히 '슈퍼컴퓨터 데이터 인프라'라는 표현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이 아니라 국가 인프라급 전력 수요를 전제로 한 사업으로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AI 산업 유치가 선언적 목표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 규모나 참여 기관 명단보다 먼저 전력 공급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전력 거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는 사업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전력 수요 문제는 주요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가 매우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력 공급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력 공급 문제는 산업 전략 전반을 재검토하게 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하남 교산신도시 AI 클러스터 구상은 도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지만, 전력 인프라는 해결 과제로 남았다. 전력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3조 원 규모의 구상은 기대만 남긴 채 계획에만 머물 수도 있다.
김영식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