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가족 법인 동원한 조직적 담합” 주장... 공정위 민원 접수

논란의 중심에 선 법인들은 가평 지역을 기반으로 용역 업무를 수행해 온 업체들이다. 이들 두 법인은 가평군 내 동일 건물, 동일 층에 본사 주소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이 회사들은 대표자와 감사직을 가족끼리 맞바꾸는 전형적인 ‘교차 지배’ 구조를 띠고 있다.
그중 A사는 부인이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고 남편은 감사직을 맡고 있으며, 또 다른 B사는 남편이 대표이사를 맡고 자녀가 감사로 재직하고 있다. 가족 간에 대표와 감사직을 맞바꾼 이러한 구조를 두고 업계에서는 “입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외형만 분리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기업군으로 운영되는 전형적인 1인 지배 기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의혹은 입찰 참여 기록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두 법인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1,500여 건의 공공입찰에 동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일 발주 기준으로도 700여 건 이상에서 두 업체가 함께 투찰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쟁을 가장한 구조적 중복 참여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는 이번 사안이 실제 낙찰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형법 제315조(입찰방해죄)는 위계나 기망의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성을 해치는 경우 성립하며, 결과와 상관없이 ‘입찰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지방계약법에 따라 부정당업자로 지정될 경우 최대 2년간 입찰 참가 제한 및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는 사전 합의와 실행이 입증되면 성립하는 ‘위험범’에 해당한다”며 “낙찰에 실패했더라도 정액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업체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신고 건에 대해 기초 자료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IP·MAC 주소 분석 및 투찰 로그 분석을 통해 실질적인 담합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한편, 최초 사건을 제보한 C 씨는 가평군에도 자체 감사와 형사 고발을 촉구하는 질의서를 제출했다. 그는 “행정기관이 이를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미온적 대응이 계속될 경우 감사원 감사 청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지역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지역 내 사업자들 역시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별 업체의 일탈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한 사업자는 “이번 논란은 공공입찰 구조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며 “가족 법인이나 유령 법인을 동원한 입찰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역 내 공공입찰 제도의 구조적 허점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가족·유령 법인을 차단하기 위한 대대적인 제도 개선 요구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