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도덕적 논란…가짜 정보가 여론 흔드는 환경 속 중립·전문성 갖춘 리더십 관건

국방홍보원의 뿌리는 6·25 전쟁 시기인 1950년 국방부 촬영대 창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방송·영화 제작 체계를 거쳐 2000년 ‘국방홍보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됐다. 2005년 국군방송 TV 개국, 2024년 KFN 채널명 개편 등 주요 변곡점을 거치며 조직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왔다. 핵심 기능은 국방 정책과 안보 현안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방일보를 통해 군 관련 주요 이슈와 장병들의 현장 소식을 보도하고, 국방TV와 국방FM을 통해 뉴스·다큐멘터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한다. 최근에는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도 강화하는 추세다.#군 사기와 국민 인식, 두 축을 동시에 책임
국방홍보원은 군 내부 소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병과 군무원을 대상으로 한 정보 전달은 물론, 사기 진작과 조직 결속을 위한 콘텐츠 제작을 담당한다. 이는 단순 홍보를 넘어 군 조직의 안정적 운영과 직결되는 기능으로 평가된다. 대외적으로는 군에 대한 국민 인식을 관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훈련·연합연습·해외파병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국방부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고, 위기 상황에서는 여론 형성과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보조 축으로 작동한다. 이 같은 이유로 국방홍보원에는 정치적 중립성과 편집·보도의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방홍보원장은 임기 3년(현직 공무원 임용 시 2년)의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반직 고위공무원 나급(2급 상당)의 개방형 직위다. 제도적으로는 개방형 인사지만, 실제 인선 과정에서는 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적·도덕적 논란이 반복돼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 1월, 국방부가 박창식 전 한겨레신문사 매거진랩사업단장을 원장으로 임명하려 하자 거센 반발이 일었다. 과거 ‘천안함 왜곡 경계보고’, ‘천안함 좌초설 기소’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한 이력이 알려지며, 천안함 사건을 비하·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군 안팎에서는 “군인들이 믿고 의지해야 할 국방홍보원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왔고,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천안함 유가족의 상처를 후벼 파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023년 5월에도 논란은 반복됐다. 국방부가 채일 전 KBS 기자를 원장으로 임명하자, 2011년 후배 기자 폭행 사건으로 보직에서 물러난 전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방부, 편집 개입·갑질 의혹 채일 원장 해임
논란의 정점에서 국방홍보원은 기관장 해임이라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11일, 국방부는 국방일보 보도에 개입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채일 국방홍보원장을 해임했다. 국방부는 “편집권 남용, 소속 직원에 대한 부당한 인사 조치 및 갑질 등에 대해 중앙징계위원회의 의결 결과에 따라 해임 처분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채 전 원장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채 전 원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진보 성향 신문 구독 중지를 지시하고,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정상 간 첫 통화 관련 보도를 제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방일보의 장관 취임사 편집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 역시 정치적 관심을 키웠다.
#민·군 균형 갖춘 인선 필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방홍보원장 인선의 무게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직위가 잇단 논란을 거치며 국정 차원의 관심 직책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방홍보원장을 “국방 정책과 군 조직, 국민을 잇는 전략적 커뮤니케이터”로 규정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 조직의 특성과 전방 장병들의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민 국방장관 체제하에서 원장 역시 반드시 민간 언론 출신이어야 한다는 기존 공식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일정 수준의 군 경험과 홍보 전문성을 겸비한 인사, 또는 예비역 고위 인사를 포함한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인지전 시대, 국방홍보원의 역할은 더 무거워졌다
전문가들은 국방홍보원장이 단순한 홍보 책임자가 아니라 인지전 시대 국가 인식 방어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위 정보와 왜곡된 프레임이 SNS와 국제 여론 공간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군의 메시지는 신속하면서도 일관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군 관계자는 “이제 안보는 무기 체계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국민이 무엇을 믿고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국가 방위의 중요한 요소가 된 만큼, 국방홍보원장 인선은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전문성과 신뢰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홍보원은 정책·현장·장병을 잇는 소통의 최전선에서 대한민국의 인식 공간을 지키는 새로운 안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결국, 국방홍보원장 인선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