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상가 늘자 쓰레기 관리 주체 모호…지자체 정비 작업 나섰지만 ‘일시적 조치’ 불과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대역 1번 출구에서 신촌역으로 이어지는 골목. ‘일요신문i’가 이날 일대를 돌아본 결과, 한때 ‘청춘의 거리’로 불렸던 곳이 지금은 ‘철거 예정’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공실 상가가 줄지어 있었다.

30년째 이대 앞 골목에서 장사를 한 이 아무개 씨는 “상권이 무너지면서 폐점한 상가가 늘었고, 그 주변부터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한다”며 “지금은 한두 개뿐이지만 한 번 쌓이면 급속도로 불어난다”고 말했다.
인근 의류·잡화 상인은 쓰레기 악취가 너무 심해 직접 상가 벽면에 무단 투기 금지 안내판을 만들어 붙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너편 언덕 위 공실 상가 앞에 놓인 쓰레기를 가리키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저기부터 쓰레기들이 쌓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대에서 만난 한 환경미화원은 “쓰레기 무단 투기가 1~2년 전부터 확 늘기 시작했다”며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골목 전체에 쓰레기가 나뒹굴 정도”라고 말했다.
공실 주변에 무단 투기 쓰레기가 쌓인 것은 상가 앞 쓰레기 관리 주체가 모호해지면서다. 일반적으로 상가 앞 생활쓰레기는 해당 건물에서 영업하는 업자에게 책임이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옷가게·화장품 매장이 빼곡했던 이대 골목 상권이 무너지고 공실이 늘면서 쓰레기 수거 책임 공백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신촌·이대 지역의 2025년 3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5.1%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분기 서울 전체 평균(6.6%)의 2배를 웃돈다. 온라인 쇼핑 확대와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이대 상권은 급격히 쇠락했다. 신촌 역시 연세대 신입생들의 송도 국제캠퍼스 이전이 이어지면서 유동 인구가 크게 줄었고, 그만큼 공실 상가도 빠르게 늘었다.
집합건물법에 따르면 상가 건물에서는 구분소유자 전체가 관리단을 구성해 유지·관리 책임을 부담한다. 생활폐기물은 통상 해당 토지·건물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가 적정하게 처리·배출해야 하는데, 임차인이 빠진 공실 상가는 즉각적인 관리 주체가 없다. 여기에 일대 공실 상가 상당수는 건물주가 소유권을 부동산 신탁회사에 넘기면서 쓰레기 수거 책임 주체가 모호해졌다.
이렇게 되자 공실 상가를 중심으로 주변 관광객이나 행인들이 쓰레기를 잇따라 무단 투기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서대문구는 지난 10일 신촌 일대 공실 상가 앞에 쌓인 쓰레기 정비 작업을 진행했다. 다만 구청의 정비는 일시적 조치에 가깝다. 사유지에 쌓인 쓰레기를 지자체가 반복적으로 치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청소 인력을 신촌·이대 구간만 따로 배치할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 골목을 매일 관리하기도 어렵다”며 “쓰레기는 한 번 쌓이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실 상가에서 임대인과 신탁사 모두 쓰레기 수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누구를 처분 대상으로 봐야 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행정명령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 중이며 신탁회사 등에도 쓰레기 수거 등 관리 책임을 적극적으로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