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기관·파생상품·ETF 수탁으로 수익원 다변화…국내는 법인 시장 참여 지연에 개인 현물 거래 의존

업비트는 과거 해당 집계에서 현물 거래량 글로벌 2위까지 오른 바 있다. 코인게코는 2023년 중앙화거래소 시장점유율 분석에서 “2023년 6월 업비트가 현물 거래량 368억 달러, 시장 점유율 8.1%로 2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빗썸 역시 2017년 5월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랭킹 사이트 ‘코인힐스’ 거래량 순위에서 한때 글로벌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19년 3월에도 글로벌 가상화폐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 집계 거래량 순위에서 한때 글로벌 2위를 기록했다.
국내 양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과거 글로벌 거래량 상위권에 올랐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국내 거래소들의 수익 구조 한계가 부각되고 있다. 거래소 수익이 개인투자자 중심의 현물 거래 수수료에 치우쳐 있는 데다 법인과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제한돼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거래소의 고객 기반이 기관투자자로 확대되고 관련 제도가 정비될 경우 거래소는 개인 매매 수수료 외에도 ETF 연계 수탁, 법인 자산 보관, 기관투자자 대상 담보대출·신용공여 성격의 프라임 파이낸싱 등으로 수익원을 넓힐 여지가 생긴다.
미국에서는 코인베이스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 사업자가 기관·법인 고객을 기반으로 현물 거래 수수료 외 수익원을 확대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2025년) 2분기 주주 서한에서 6월 말 기준 수탁자산(AUC)이 2457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자산의 80% 이상을 수탁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회사 자산으로 보유한 상장사 상위 10곳 가운데 8곳이 코인베이스에 비트코인을 보관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올해(2026년)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의 가상자산 현물 거래량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역대 최고치인 8.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5년 2월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고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상반기에 법집행기관, 비영리법인·대학교 학교법인,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 현금화 목적의 매도 거래를 허용하고, 하반기에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인 상장회사와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약 3500개사에 대해 투자·재무 목적의 매매 거래를 시범 허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5월 2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6월부터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상자산 매도 거래 계좌 발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하반기 중 시행 목표였던 상장법인·전문투자자 등록법인 대상 실명계좌 발급 방안은 아직 시행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올해 2월 빗썸에서 가상자산 오지급 사태가 발생하면서 법인·기관 자금 유입에 앞서 거래소 내부통제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다.
국내 거래소의 수익구조 변화와 맞물린 변수로 꼽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도입도 지연되고 있다. 법인 실명계좌 발급이 기관·법인의 시장 진입 문제라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발행·상장·공시·수탁·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산업 전반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성격이 강하다. 관련 법제를 통해 수탁업, 스테이블코인, 기관 대상 상품, 파생상품 등에 대한 규율 근거가 마련되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도 수익원을 다변화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당초 정치권에서 제기된 3월 발의 목표와 달리 디지털자산기본법의 구체적인 입법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입법 논의가 지연되는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거래소 내부통제·전산 보안 기준 등 여러 쟁점이 맞물려 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중심으로 발행할지, 가상자산업계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 당정 협의 지연과 6월 지방선거, 하반기 국회 원 구성 등 주요 정치 일정이 겹치며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런 배경 속에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여전히 개인 원화 현물 거래 중심 수수료 수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선 거래대금 변화에 따른 매출 변동성도 적지 않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올해 1분기 매출(2345억 원)은 전년 동기(5162억 원) 대비 54.55% 감소했고, 빗썸의 올해 1분기 매출(824억 원)은 지난해 1분기 매출(1947억 원) 대비 57.64% 줄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내 거래소의 글로벌 순위 하락은 경쟁력 상실이라기보다 한국 시장 중심 모델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라며 “국내 거래소가 개인투자자 중심의 현물 중개업에 머무는 동안 해외 거래소들은 파생상품, 기관투자자 서비스, ETF 연계, 스테이킹, 스테이블코인 결제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법인시장 개방과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현물 ETF 도입,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등이 병행돼야 국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