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영’ 이환 감독의 첫 상업영화서 전종서와 호흡…한국영화서 흔치 않은 여성 투톱 범죄물

#한소희는 왜 ‘대담한 선택’을 했을까
한소희는 현재 드라마와 영화 제작진이 가장 원하는 ‘캐스팅 1순위’의 스타로 꼽힌다.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등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이자,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활약하면서 글로벌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꾸준하게 다양한 제안을 받으면서도 최적의 작품을 고민해온 한소희는 데뷔 초기에 참여한 독립영화 ‘폭설’을 제외하고 영화 출연작이 없었다. 이번 ‘프로젝트 Y’는 상업영화 첫 주연이자, 사실상 스크린에 본격 데뷔하는 작품이다.

배짱 두둑한 미선은 베테랑으로 불리고 ‘에이스’로 통하지만 정작 하루하루는 고달프다. 그토록 원하는 꽃집 인수가 얼마 남지 않고, 어렵게 모은 7억 원으로 번듯한 전셋집까지 구해 지긋지긋한 밤의 세계에서 은퇴하려는 순간, 믿고 돈을 맡긴 유흥업소 실장이 잠적한 뒤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하루아침에 전세 사기의 피해자가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한탕’을 노리면서 참여한 승부 조작 도박에서 그나마 남은 돈까지 전부 잃은 미선과 도경은 사기의 배후에 유흥가를 장악한 ‘토 사장’(김성철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가 숨긴 거액의 현금과 금괴를 훔친다. 그때부터 위태로운 ‘미친 질주’가 시작된다.
한소희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새롭다. 극 중 미선이 살아가는 세상은 잔인한 범죄가 난무하는 험난한 세계다. 미선이 앉은 술자리에서는 승부 조작 도박 모의가 이뤄지고, 음탕한 시선이 오간다. 조심스럽게 살다가 모든 걸 잃은 순간, 대범해지는 미선이 만드는 긴장감도 팽팽하다. 그동안 한소희가 출연한 ‘경성크리처’, ‘알고 있지만’, ‘#사운드트랙’ 등 드라마를 떠올리면 ‘프로젝트 Y’에서의 모습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대범한 도전을 선택한 한소희는 “미선은 겉으로 보이는 표현은 강하지만 누구보다 약한 면을 가진 이중적인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여성 투톱 범죄물이라는 점은 그의 욕심을 자극했다. “또래 배우인 전종서와 함께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돌이키면서 그 과정을 ‘시절 인연’이라고 표현했다. 필요한 때에 맞춰 인연을 맺고 완성한 작품인 만큼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전종서, 이환 감독이 바라본 한소희
한소희와 전종서는 1994년생 동갑이다. 두 배우 모두 영화에서 동성의 친구와 투톱 주연을 맡은 경험은 처음인 만큼 이번 작업은 색다른 자극이 됐다. 특히 전종서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스크린에 데뷔해 ‘콜’ ‘발레리나’ 등 다양한 영화를 경험한 베테랑이다. 그가 ‘프로젝트 Y’ 출연을 결정한 이유 역시 한소희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고 했다. “한소희와 같이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해 의기투합했고, 둘 다 개성이 강한 편이라 그런 점을 서로 존중한다”고 밝힌 전종서는 “동갑인 여배우와 작품을 찍을 기회가 다시 없을 것 같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개봉 전 열린 시사회에서 이환 감독은 “한소희와 전종서를 시나리오 때부터 생각했는데 두 배우가 아니면 이 영화를 완성하기가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그리고자 하는 캐릭터의 정서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대체 불가한 배우들이어서 두 사람이 출연하지 않으면 영화의 시작조차 어려울 수 있겠다고 여겼다”고 돌이켰다. 용기를 내서 시나리오를 건넨 감독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소희도, 전종서도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프로젝트 Y’는 2025년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됐다. 당시 한소희는 현지로 날아가 작품을 소개했고, 개봉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13일과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시사회 등 프로모션에 참여했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등 글로벌 개봉을 추진하는 작품을 알리는 전면에 한소희가 나서고 있는 셈이다.
한소희의 자신감은 다른 영화로도 이어진다. 현재 최민식과 영화 ‘인턴’ 촬영에 한창인 한소희는 분위기를 바꿔 성공한 30대 패션회사 CEO가 된다.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은퇴한 60대가 패션회사의 시니어 인턴사원으로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노련한 삶의 지혜를 가진 시니어 인턴사원이 젊은 CEO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로, 나이를 뛰어넘는 한소희와 최민식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받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