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으로 시작된 전종서와의 첫 호흡 눈길…“너무 사랑스러운 친구, 사랑이 넘쳐 흘러”

영화 ‘프로젝트 Y’는 화려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가진 것이라고는 서로뿐이었던 두 여자가 밑바닥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80억 원 상당의 금괴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한소희는 인생의 벼랑 끝에서 ‘다른 내일’을 꿈꾸는, 꽃집 주인이자 유흥가의 ‘에이스’ 미선을 연기했다.
밑바닥 인생들의 범죄극을 그릴 때마다 주연이 아니더라도 감초처럼 튀어나오는 유흥가 여성 캐릭터라는 점에서 캐릭터 소개만 읽고 식상하게 여긴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터다. 그럼에도 한소희가 ‘프로젝트 Y’에 마음을 열게 된 배경에는 시나리오 이상의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전종서를 오래전부터 눈여겨봤다는 그는 이환 감독이 만들어 온 날 것의 세계와 그 안에 담길 두 배우의 에너지가 이뤄낸 조화가 화면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했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도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면 종서의 역할이 (출연 결정에) 제일 컸다고 생각해요. 제가 워낙 ‘버닝’ 때부터 전종서란 배우의 고유의 매력을 좋아했거든요. 같이 연기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날지도 궁금했고요. 또 이환 감독님이 연출을 맡으신다고 들었을 때 앞서 ‘박화영’ 같은 작품들에서 보여주신 와일드함, 날 것 같은 느낌의 미장센이 떠올랐어요. 종서의 날 것 느낌과 제 날 것 느낌이 영상에 담기면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감도 컸고요.”

“미선이는 도경이보다 확고한 지점이 있죠(웃음). 도경이가 한탕을 쫓는 인물이라면 미선이는 차곡차곡 계획을 세워서 인생을 개척해 나가려는 성격이에요. 또 인간을 대하는 방식도 극명하게 나눠져요. 미선이는 단순하면서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어리숙하게 구는 면이 있거든요. 동시에 미선이는 화류계 에이스라는 설정이어서 ‘나는 남들과는 달라’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을 거예요. 어리숙한 생각으로 이 직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미선이는 그렇게까지 일에 절박해 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죠. 아마도 ‘나는 이 일을 끝까지 할 수 있어, 난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지만 극명하게 다른 면모를 지닌 두 캐릭터를 연기한 두 배우의 호흡 역시 ‘프로젝트 Y’에서 대중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지점이기도 했다. 특히 극 중에서 미선과 도경은 서사적으로도 상대를 통해 존재감이 커지는 관계인 만큼 이 영화에서는 ‘투톱 배우 중 누가 더 빛나느냐’가 아니라 둘 사이의 관계성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쌓이느냐가 중요했다. 이에 대해 한소희는 장면을 준비할 때마다 “도경은 도경답게, 미선은 미선답게” 보이도록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경쟁이 아니라 캐릭터의 정확도를 맞추는 공동 작업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종서에게 경쟁심은 전혀 없었어요(웃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이 영화를 찍었다면, 영화 속 신들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 누구의 독주도 없이 앙상블을 기반으로 가지고 가는 프로젝트였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도경이가 도경이처럼, 미선이가 더 미선이처럼 보일 수 있을지 서로 연구하고 얘기해줬으면 해줬지, 그 안에서 미묘한 신경전 이런 건 없었습니다(웃음).”

“종서를 점점 알아가면서 느낀 건 진짜 사랑스러운, 사랑이 넘치는 친구라는 거예요. 저도 그렇지만 종서도 냉하게(차갑게) 생겨서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은 굉장히 사랑으로 가득 찬 친구고 그 사랑을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표현해주는 친구여서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사람들이 되게 냉하게 생겼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그런 사람이 아닌데(웃음). 아무래도 직업상 이미지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 제 의도와 달리 (외모와 성격의) 간극이 벌어지는 건 맞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그렇게 제 다른 면을 봐주시는 분들께도 감사해요. 저를 단면적인 사람이 아니라 구체화시켜서 봐주시는 거니까요.”
사람들의 다른 시각에 억울함이 아닌, ‘감사함’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앞서 ‘환승연애’ 이슈로 한바탕 소동이 있었던 후 대중 앞에 처음으로 서는 자리였다. 논란과 비판의 시간을 지나며 한소희가 얻은 태도는 분명해 보였다. 자신을 향해 몰아치던 시간을 억울하거나 답답함으로 정리하지 않고 오히려 가까운 거리에서 받을 수 있는 피드백으로 받아들였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단순하게 살자”는 말로 정리한 것 역시 한꺼풀 벗어던지고 성장하며 가지게 된 새로운 마음가짐이었다.
“인간은 성장이란 것을 하는 불완전한 존재잖아요.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기에 배울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들의 반응을 곰곰이 생각했을 때 이걸 단순히 비난이라고만 단정 짓고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가장 가까이서 받을 수 있는 피드백이니까 그걸 수용해서 제가 성장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요. 사실 답답할 것도 없어요. 그때의 저는 그게 최선이라 생각해서 한 것이고, 그게 옳지 않았다 한다면 그 피드백을 수용해 다음 번엔 좀 더 나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가 돼 있을 수 있으니까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