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엮이면 체면 안 서지’
삼성 비자금 파문 수사를 지휘하게 된 박한철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의 취임 일성엔 남다른 각오가 묻어난다. 박 본부장은 수사팀을 이끌 3개 팀장직에 굵직한 수사를 통해 이름을 날린 검사들을 선임해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천명했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담당할 강찬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 조사1부장은 지난 2003년 굿모닝시티 사건과 2004년 대우건설 비자금 사건을 맡았었다. 정·관계 로비 의혹 담당 김강욱 대검찰청 중수2과장은 법조브로커 윤상림 김흥수 사건을 담당했던 바 있으며 지익상 서울 북부지검 형사3부장은 옷로비 사건 당시 김태정 전 검찰총장을 소환하는 등 화끈한 수사를 펼쳤었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 주장대로 삼성이 검찰을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를 펼쳐왔다면 삼성을 겨냥한 이번 수사팀과 삼성 임원진의 관계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쏠릴 수 있다. 더구나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이 ‘임채진 신임 검찰총장에 대한 로비를 부산고 선배인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이 맡았다’며 ‘삼성 내 고교 동문을 통한 대 검찰 로비’ 사례를 폭로, 세간의 화제가 된 터라 이들 간 인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번 삼성 수사팀에 포진한 주요 인사들의 학연과 지연을 놓고 볼 때 삼성의 여럿 핵심인사들과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14일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삼성과 검찰의 학연과 지연만으로 문제 삼으면 살아남을 자가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어떻게든 엮여있어 단순히 학교 도 지역 선후배 사이라고 무조건 의혹의 시선을 던질 수는 없다.
그런 가운데서도 눈길이 가는 것은 우선 김강욱 2과장이 경북고-서울대 출신으로 얼마 전 물러난 이종왕 전 삼성 법무실장의 고교-대학 9년 ‘직속후배’라는 점이다. 김용철 변호사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책임을 지고 삼성에서 물러난 이 전 실장은 아예 법조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를 주목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김수남 특별수사·감찰본부 공보관은 청구고-서울대 출신으로 상영조 전략기획실 상무와의 인연이 눈에 띈다. 상 상무는 김 차장검사의 청구고-서울대 1년 직속후배다.
박한철 본부장은 제물포고-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삼성 계열사엔 20여 명의 제물포고 출신 임원들이 포진해 있으며 제물포고-서울대 동문도 다섯 명에 이른다.
강찬우 부장검사는 진주고 출신으로 삼성 내엔 30여 명의 진주고 출신 임원들이 포진해 있으며 전주고 출신 지익상 부장검사 또한 삼성에 몸담고 있는 20여 명의 전주고 출신 임원들과 같은 동문 명부에 올라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우진 기자 wjc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