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 이후 첫 우승 트로피를 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성용의 스완지 시티는 24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각) 영국 스완지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2013 캐피탈 원 컵(리그컵)’ 4강 2차전에서 첼시와 0 대 0 무승부를 기록하며 1, 2차전 합계스코어 2 대 0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최고의 결승 진출 도우미는 볼 대신 볼 보이를 걷어찬 첼시의 에덴 아자르다. 후반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점차 게임을 첼시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만약 첼시가 한 골이라도 넣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볼보이를 가격하는 첼시의 에덴 아자르. (중계 방송 캡쳐) |
이후 경기 주도권은 다시 스완지 시티에게 넘어왔고 머리를 짧게 깎은 페르난도 토레스까지 투입한 첼시는 결국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결승행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캐피탈 원 컵(리그컵) 결승전은 올 시즌 EPL에서 첼시 등 강팀 킬러로 부상한 스완지 시티와 EPL 강호들을 잇달아 격파하고 결승에 오른 잉글랜드 프로축구 4부 리그 소속인 브래드퍼드 시티가 맞붙는다.
스완지 시티 입장에선 EPL 강팀들이 아닌 4부 리그 소속의 브래드퍼드와 결승전에서 만난다는 점에 상당한 호재다. 물론 브래드퍼드는 위건 애슬레틱(16강), 아스널(8강), 애스턴 빌라(4강) 등 EPL 강호들을 연이어 이기고 결승에 오른 팀이다.
잉글랜드 현지에선 브래드퍼드에 대해 지난 1999∼2000시즌 프랑스 FA컵 결승에 오른 4부 리그 팀 칼레를 언급하며 영국판 ‘칼레의 기적’이라 칭하고 있다. 그렇지만 칼레 역시 결승전에선 패했다.
만약 브래드퍼드가 우승하면 ‘칼레의 기적’을 넘어서는 엄청난 뉴스가 된다. 하위리그 팀들이 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보일 때마다 ‘칼레의 기적’이 아닌 ‘브래드퍼드의 기적’이라 부르게 될 수도 있다. 또한 브래드퍼드는 4부 리그 소속팀이지만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에도 진출하게 된다.
브래드퍼드 팬들 역시 첼시보다는 스완지 시티가 결승 상대가 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첼시라면 우승이 힘들겠지만 EPL로 승격한 지 얼마 안 된 스완지 시티라면 해볼만 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브래드퍼드 팬들 역시 아자르와 가격 당한 볼보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스완지 시티 역시 우승을 거둘 경우 역시 21년 만에 유럽 무대에 진출하며 클럽 역사 100년사를 다시 쓰게 된다.
그만큼 이번 ‘2012/2013 캐피탈 원 컵(리그컵)’ 결승전은 이변의 주인공들이 맞붙어 더욱 치열한 승부가 될 전망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