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호·방어권 보장 수준 격상”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에 대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비밀유지의무만 두고 있을 뿐, 수사기관 요구에 대해 공개를 거부할 권리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압수·수색 등을 통해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소통 내용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어, 국민의 변호인 조력권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법무법인, 기업 법무팀에 대한 압수수색 또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 메신저 대화 내용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으로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에 대한 침해 사례가 늘어나면서 법조계에서는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대한변협은 변호사법 개정안 국회 통과된 직후 “이번 입법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있어 인권 보호와 방어권 보장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킨 중대한 행보로 기록될 것”이라며 환영 성명을 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변호사법 제26조의2(비밀유지권 등)를 신설해 변호사와 의뢰인이 법률 조력을 목적으로 이뤄진 비밀인 의사교환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며 “또 수임사건과 관련해 소송·수사·조사를 위해 작성·보관한 서류 및 자료 역시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법 체계는 그동안 변호사에게 비밀유지 ‘의무’만을 부과했을 뿐,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로부터 이를 보호할 ‘권리’는 부여하지 않았다”며 “수사기관은 이러한 입법 공백 상황에서 수사 편의를 이유로 관행처럼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의뢰인과의 내밀한 상담 내용을 무차별 수집하는 등 헌법상 보좡된 국민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형해화 해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한변협은 “비밀유지권은 단지 변호사에 부여되는 특권이 아니다. 형사소송의 당사자로서 법률 전문가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기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국민의 비밀보호권이자, 수사와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헌법적 안전장치”라면서 “그간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OECD 주요 선진국에서 이를 명문화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밀유지권은 글로벌 스탠더드로서 전 세계에서 당연하게 인정되는 보편타당한 규범”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한변협은 이번 입법을 바탕으로 변호사 비밀유지권이 사법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정부와 사법당국은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 취지를 존중해 하위 법령 정비 및 수사 관행 개선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은 비밀유지권이 헌법 가치인 방어권 보장의 핵심임을 인식하고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소통을 존중하는 민주적 수사 기법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협은 비밀유지권 제도가 오남용 되지 않도록 변호사의 직업윤리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국민이 비밀유지권 제도의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와 법률 상담 체계 정비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