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수요 확인, 상반기 출시 전망…변동성 커 장기 보유 불리, 투자자 보호 강화 방침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30일 국내·해외 상장 ETF 간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에서는 출시되지만, 국내는 출시가 안 되는 비대칭 규제 문제로 다양한 ETF 투자 수요가 충족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규제를 신속히 개선해 국내 자본시장 매력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분산투자 규제로 인해 단일 종목을 기초로 한 ETF·ETN(상장지수증권) 상장이 불가능했다. 시행령 개정과 시스템 개발 등 후속 조치가 마무리되고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심사를 거치면, 올 상반기 내 국내 주식을 기초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처음 출시될 전망이다.
국내상장 레버리지 ETF·ETN 투자를 위해서는 기본예탁금 1000만 원이 요구됐는데, 해외상장 레버리지 ETF·ETN 투자 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내에서 상장되는 ETF·ETN의 레버리지 배율은 현행처럼 ±2배 이내를 유지한다.
미국·홍콩 등에는 단일종목 주식 기초 ETF가 상장돼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해당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 수요가 국외 시장으로 빠져나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홍콩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대해 레버리지나 인버스(일간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상품) 형태의 단일 종목 ETF가 상장돼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홍콩의 CSOP자산운용이 출시한 SK하이닉스 2배 추종 ETF(XL2CSOPHYNIX)와 삼성전자 2배 추종 ETF(XL2CSOPSMSN)의 보관액은 2월 2일 기준 각각 6536만 달러(약 950억 원), 3887만 달러(약 565억 원)로 집계됐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 국내 우량주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 확인된 상황”이라며 “기초자산이 일부 우량주로 제한되더라도 국내에서 새로운 투자 수요를 흡수할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레버리지 투자는 변동성에 취약하며 장기 보유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기초지수 100에서 10% 상승했다가 다음날 10% 하락하면 지수는 110에서 99로 최종적으로 -1% 수익률을 기록한다. 그러나 2배 레버리지의 경우 20% 상승했다가 20% 하락했기 때문에 120에서 96로 최종 수익률이 -4%다. 기초지수 상으로는 박스권이지만, 레버리지의 경우 손실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는 셈이다.
단일 종목 ETF는 시장 대표지수에 비해 단 한 개 주식 가격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더 큰 변동성에 노출된다. 미국 등 해외시장 규제당국도 그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 투자자 교육 담당 총괄이었던 로리 쇼크는 “레버리지 및 인버스 단일 종목 주식 ETF를 보유하는 것은 기초 주식, 일반 ETF 또는 비단일 종목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를 보유하는 것에 비해 여러 가지 이유로 위험하다”며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장기 보유 시 새로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ETF의 기초 종목을 ‘우량주’로 한정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홍콩 ELS(주가연계증권)나 독일 국채 DLS(파생결합증권) 사례처럼 안전하다고 여겨진 파생상품들의 원금이 전액 손실되는 사태가 종종 있다”며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꼼꼼한 심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다른 관계자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는 지수 레버리지보다 훨씬 변동성이 높아 급락 후에는 원금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초자산을 잘 고를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 교육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상장 및 해외 상장 레버리지 ETF·ETN에 투자하는 경우 사전교육(1시간)을 받아야 한다. 새로 도입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ETN에 투자하려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심화 사전교육(1시간)을 받게 할 예정이다. 또, 국내상장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분산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투자자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끔 ‘단일 종목’ 상품임을 표기하도록 할 예정이다.
수시로 위험성을 안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SEC의 투자자 자문 위원회는 투자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성과와 기초 자산의 성과를 비교하여 보여주는 시각 자료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할 것을 SEC에 권고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생하는 성과 괴리를 시각적으로 명확히 보여줘, 숙련되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도 장기 보유 시의 위험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순자산가치와 헤지 방식 등 레버리지 상품 구조를 투명하게 공시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팝업 경고 등 추가 안내를 제공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