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 보상 미흡, “수억 받아” 소문에 상처…송이 재배지·농경지 피해 심각, 산림 복구 수십 년 전망
2026년 새해, 몹시 달갑지 않은 통계가 나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6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44건이었다. 2024년에는 18건이었다.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재난의 여파가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지역 주민들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관심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복구와 회복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요신문은 지난 5년 사이 치명적 자연재해로 이웃을 잃고 눈물에 잠겼던 지역들을 다시 찾았다. 2022년 초대형 산불이 난 경북 울진, 이듬해 2023년 산사태로 물에 잠긴 경북 예천, 지난해 2025년 불지옥을 연상케 한 경북 안동시 등이다. 현장은 회복을 포기한 듯한 분위기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쪽을 향한 기대도 엿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호소한 대상은 시민사회였다. [편집자주][일요신문] 경상북도 울진군과 강원도 삼척시는 2022년 3월 4일부터 무려 열흘 동안 지옥 같은 시간을 겪었다. 2025년 경북 안동·의성 등에서 발생한 산불 이전까지는 국내 단일 기준 최악의 피해 규모를 기록했다. 울진과 삼척의 현재를 살피면, 자연재난이 개인의 삶과 지역 공동체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요신문은 1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울진 지역을 다녀왔다. 산불 발생 후 약 4년이 흘렀지만, 마치 최근 재앙을 입은 듯 회복이 더뎠다. 주민들은 산불을 기점으로 인생이 달라졌다. 많은 것을 포기했고, 이제 산에 심는 나무 한 그루조차 자신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몫이 됐다.

울진은 죽변항으로 대표되는 바다와 금강송 군락지 등 산림이 어우러진 지역이다. 특히 울진 산에서 나는 송이는 명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의 울진은 그 명성을 위협받고 있다. 역대급 산불로 인근의 강원 삼척 포함 축구장 약 3만 5000개 면적인 약 145㏊ 규모 산림이 소실된 탓이다. 산에서 송이를 캐던 이들이 논밭으로 향하고, 일부는 척박해진 땅에 다시 나무를 심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찾은 울진군 주인리는 마치 엊그제 산불이 휩쓸고 간 듯 황량했다. 불에 타 민둥산이 된 산자락 곳곳에 새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지만, 숲이 다시 숨을 쉬기까지는 족히 수십 년이 걸릴 듯 보였다.
이 마을에서 만난 60대 전 아무개 씨는 산불이 발생한 2022년 3월 4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교직 정년퇴임을 2년 앞두고 있었다. 퇴임 후에는 산을 가꾸며 송이를 캐고 지낼 작정이었다. 약 5만 평 규모의 송이 산도 보유하고 있었다. 전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산불 난 데가 울진 두천리인데, 우리 마을하고는 한 6km쯤 떨어졌어요. 그래가 처음에는 '아, 우리까지 오겠나' 싶어서 크게 신경도 안 썼지요. 근데 바람이 어찌도 센지, 강풍이 부니 이쪽 산에서 저쪽 산으로 불덩이가 미사일처럼 날아다니더라고. 순식간에 우리 동네 뒷산까지 다 탔어요. 그게 말로 다 못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몸만 겨우 챙겨가꼬 도망가고, 어르신들 중에는 '이 나이에 어딜 가노' 이러면서 피난을 아예 포기한 분도 있었고예."전 씨는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기 전에도 산에 올라 도라지와 더덕을 심었다. 그는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매캐한 공기 속에서 마스크를 끼고 일을 했다"며 "그보다 더 참담했던 건, 바람에 흔들리며 나던 나뭇가지 소리와 찔레나무 아래에서 보이던 뱀과 개구리 같은 생명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불 진화 이후 시작된 각종 보상 절차는 주민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었다. 전소된 주택 등은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대체로 1억 원 안팎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산림 자원이나 농지 등 생계 기반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보상금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잦아지면서 마을 공동체의 신뢰도 흔들렸다.
전 씨는 특히 산림 보상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의 전문성 부족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산림 담당 공무원들조차 조경수와 조림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경수는 미관을 목적으로 심는 수목이고, 조림수는 산림 조성이나 자원 확보를 위해 식재되는 수종이다.
전 씨는 "조경수만 보상 대상이 됐다"며 "나라에서 심은 나무이거나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면 몰라도, 산주가 직접 심은 나무라면 조경수든 조림수든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산림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정작 그 구분조차 못해 한참을 다퉜다"며 "그 과정에서 내 수명이 다 줄어드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산불 피해 보상금이 외부로 유출돼, 정작 주민들의 실질적 회복 몫이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인리에서 만난 또 다른 60대 주민은 "과거 온천 개발 소문이 돌면서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산을 많이 사들였다"며 "정작 쓸모없다던 산을 산 외지인들이 산불 피해 보상을 대부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송이를 재배해온 임차인들의 피해 역시 치명적이었다. 신화리 주민인 60대 장 아무개 씨는 삶의 절반을 송이 채취에 써왔지만, 이제는 농사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송이 피해보상 기준은 '산불 발생 이전 3년 평균 수익의 150%'였다.
장 씨는 "150% 보상이 겉으론 큰돈처럼 보이지만, 송이 하나를 키우는 데 20년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마저도 산림조합에 납품된 물량만 보상 대상으로 인정했다"며 "이 때문에 산불 직후 송이 재배자들 사이에서는 가짜 영수증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고 전했다.
논밭 농사도 쉽지 않았다. 산불 여파로 각종 이물질이 땅을 뒤덮은 탓에 이를 정리하는 데에만 1년을 소비했다. "업체 불러서 기계로 이물질 등을 골라내는 작업을 했다"며 "이것만 해도 수백만 원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울진 산불은 자연재해가 얼마나 오랫동안 주민들의 삶에 상처를 남기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민들은 재난 이후 약 4년 동안 삶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재산 피해뿐 아니라 하루의 일상, 이웃과의 관계,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까지 모조리 변했다는 것이다.
울진 북면 주민 60대 조 아무개 씨는 산불 직후 전국 각지에서 배송된 기부 물품들을 보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노인들이 사는 마을에 아동복이 도착하는가 하면, 지나치게 낡은 옷들도 적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거의 다 된 식품도 많았다. 이것이 기부인지, 아니면 물건을 버린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런 사례는 2025년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 등지에서도 반복됐다(관련기사 [재난 현장은 지금: 안동·의성·청송] "산불이 쓸어버린 민둥산, 이젠 산사태 걱정").
주민 갈등도 깊어졌다. 1억 원 안팎의 보상금을 받고, 대출을 받아 새집을 짓자 일부 주민 사이에선 "차라리 우리 집도 불탔으면 나았을 걸" 등의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보상금이 수억 원 나왔다더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소문도 뒤따랐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상금을 제대로 산정·분배했는지를 두고는 지금도 불만이 크다. 일요신문과 만난 주민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보상금 산정 근거를 모르겠다" "무식이 죄" "내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등이었다. 북면 주민 조 씨는 "보상금을 자식들에게 주는 노인들이 많았는데, 액수가 너무 적게 나오면 자기 탓을 하며 눈물 흘린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속칭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속설도 체감했다. 지자체 방침이 항의 강도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벌목된 산에 평당 식재 가능한 나무 수, 허용 수종 등이 들쭉날쭉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울진 산불은 한 시민이 버린 담배가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확한 이유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몇몇 주민을 특정하며 "비닐 소각이 문제"라고 의심하는 시선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럼에도 울진 주민들은 좌절 대신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주인리에서 만난 전 씨는 2024년 2월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울진에서 다시 산을 가꾸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원래는 퇴임 후 자연을 벗 삼아 소일거리만 하려 했지만, 산불 이후 매일같이 산에 올라 나무를 심고 있다. 그는 "푸르렀던 옛 모습을 회복하려면 50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면서도 "저보다는 미래 세대를 위한 나무 심기"라고 말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한 50년 지나면, 불타기 전보다 더 좋은 산으로 가꿀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20~30년 지나면 나무가 굵어져 벌목도 해야 하는 기라, 자식들한테는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된 셈이지요. 지금 연금도 받고 있고, 100세 시대라 카니 앞으로 50년 더 산다 카는 것도 그리 말도 안 되는 일은 아니지요. '나무는 후대를 위해 심는다'는 조상들 말을 생각하면, 그래도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울진=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