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서울·수도권 집값 들썩…보유세 카드에 국민의힘 ‘민주당=집값 폭등’ 프레임 부각

6월 17일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가 장중 9000선을 돌파했다. 정부의 주가 부양 의지, 반도체 호황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빅2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 2328억 원에 달했다. 2025년 전체 영업이익인 43조 6011억 원보다 많은 수치다.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은 37조 6103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5% 급증했다.
반도체 빅2 영업이익이 5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두 회사의 법인세 규모가 100조 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은행은 1분기 한국 경상수지 흑자는 744억 달러라고 밝혔다. 2026년 1분기 명목 GDP는 전기 대비 10.5%,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1% 성장했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1976년 이후 5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1분기 실질 GDP(실제 생산)는 3.8% 증가했고, 실질 GDI(구매력)는 13.2% 늘었다.
이는 6월 20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셜미디어(SNS)에 적은 수치들이다. 김 실장은 “주로 반도체와 AI 관련 섹터가 만들어낸 숫자”라고 했다. 실질 GDP·실질 GDI 격차에 대해서는 “똑같이 일했는데 살 수 있는 것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반도체 가격이 올라서 우리가 파는 것의 가격이 우리가 사는 것의 가격보다 훨씬 비싸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한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장면을 여러 번 경험해 왔다. 유동성이 결국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집단적인 학습을 해왔다.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 왔다. 이번에도 예외일 것이라고 쉽게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김 실장은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이번에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라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성과급, 투자수익 등의 요인이 맞물리며 더 많은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아직 성과급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반도체 성과급이 많이 들어온다고 하고, 규제 지역이 지정될 것 같으니 불안 심리에 미리 움직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지지율 기반인 주식 자금이 빠져나가 주가가 떨어질 수 있고, 집값이 오르면 곤란해진다. (김용범 실장은) 이 두 가지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 성과가 부담으로 돌아오는 역설적인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민주당 정부 성패를 가르는 중대 사안으로 꼽힌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집값 폭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민주당 정부=집값 폭등’이라는 프레임도 나왔다. 이는 20대 대선 패배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6·3 지방선거에서도 부동산은 민주당에 악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양천구(목동 재건축), 동작구(흑석 뉴타운), 영등포구(여의도 재건축), 강동구(고덕지구) 등 부동산 현안이 있는 자치구 유권자들은 국민의힘 후보인 오세훈 시장에 표를 몰아줬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6월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투표 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55%였다.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응답은 42%였다. 오세훈 시장에게 투표한 유권자 중 85%가 정부 부동산 정책에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조사방식 무선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선거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맞다고 했다. 이 의원은 “(정부 정책이) 결정 안 돼서 일단 지켜보고 있다”며 “(부동산 문제에 대해) 걱정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6월 8일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투자·투기 수요 규제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집주인들이) 투기용으로 가진 것을 내놓으면 엄청난 공급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주택 공급 대책도 강구하고 있다. 김용범 실장은 6월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은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공급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폐교들, 공공분야가 가진 부지 중에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쪽은 샅샅이 찾으려 한다”고 했다. 정부는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부당한 주장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공공택지 사업 중단해 버리고, 부동산 가격 부양한다고 주택 공급을 다 줄여버리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세훈 시장이 4년 동안 전체 10년 평균에 비해 60%까지 주택 공급을 줄여서 사력을 다해 주택 공급을 해야 한다”며 “(공급은) 몇 년이 걸려야 해결이 된다. 그 사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고심이 있다. 그래서 금융 문제·세제 문제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원 구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상임위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문제가 (서울 및 수도권) 문제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 의회가 빨리 구성되고, (민주당과) 같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라인을 만들어서 대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