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스노보드 경기장 6곳 중 5곳 100% 인공눈…기후변화로 2050년대엔 개최 가능지 ‘절반’으로

이탈리아의 기상학자인 루카 메르칼리의 한탄은 이번 동계올림픽이 직면한 가장 큰 숙제를 보여준다. 이탈리아 북부의 알프스 산악지대는 원래 추운 겨울로 유명했지만, 지난 40년간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적설량이 급격히 감소해 왔다.
동계올림픽에서 인공눈이 처음 사용된 건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였다. 이후 인공눈은 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준비요소가 됐으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거의 대부분의 눈을 인공눈에 의존한 역대 최초의 대회로 기록됐다.
이번 동계올림픽 역시 인공눈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는 마찬가지다. 조직위원회가 준비한 인공눈의 양은 무려 240만㎥에 달한다. 이를 위해서는 약 9억 4600만 리터(ℓ)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약 380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이다. 1956년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때 이탈리아 군대가 돌로미티 알프스 산맥의 자연설을 트럭으로 실어 날랐던 것과는 분명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에는 적설량이 충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키와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6개 알파인 경기장 가운데 코르티나(85%)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사실상 100% 인공눈으로만 채워질 예정이다. 하지만 선수들 기량 면에서 보면 자연설보다는 인공눈이 더 유리하다는 해석도 있다. 요컨대 인공눈은 자연설보다 더 단단하고 다루기 쉬우며, 쉽게 파이지 않아 안전하다. 이에 비해 자연설은 관리도 까다롭고, 날씨에 따라 뭉치거나 쉽게 파이기 때문에 선수들마다 경기 조건이 달라져 기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공눈보다 유지 및 보수에 훨씬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와 관련, 제설 전문가이자 이번 올림픽에서 스키와 스노보드 경기 코스를 책임지고 있는 다비데 체라토는 “인공눈은 자연설보다 입자가 조밀하고 단단하다. 선수들이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활강해도 슬로프가 쉽게 파이지 않아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에서 체라토는 인공눈을 가리켜 ‘기술적 눈’이라고 부른다.

실제 이번 대회를 위해서만 약 2억 8700만ℓ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수지 두 곳이 건설됐으며, 125대의 제설기가 경기장 곳곳에 구축됐다. 프리스타일 스키 및 스노보드 대회가 열리는 ‘리비뇨 스노파크’에 뿌리는 인공눈을 위해 건설된 2억ℓ 규모의 저수지는 알프스 최대 규모다. 알파인 스키와 스키 마운티니어링 경기가 열리는 보르미오에는 해발 2300m 지점에 8800만ℓ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수지가 조성됐다.
기후 변화로 인해 인공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앞으로를 생각하면 더욱 암담하다. 심지어 동계올림픽 자체의 존립 여부와도 직결될 수 있다. 캐나다 워털루대 대니얼 스콧 교수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 로베르트 슈타이거 부교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현재 국제 규모의 동계 스포츠 대회를 치를 인프라를 갖춘 산악 지역은 93곳이며, 3월에 열리는 패럴림픽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적은 22곳에 불과하다. 2050년대가 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지역은 52곳으로 대폭 줄어들고, 인공눈 없이 자연설로만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곳은 단 4곳에 불과해진다. 이에 스콧 교수는 “탄소 배출을 억제하지 못할 경우 2080년대에는 전 세계에서 동계올림픽을 열 수 있는 곳이 30곳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과거 개최지였던 프랑스 샤모니,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러시아 소치 등은 ‘기후 부적격’ 판정을 받은 상태다. 캐나다 밴쿠버, 보스니아 사라예보, 노르웨이 오슬로 등은 기후적으로 위험한 곳으로 분류됐다. 스콧 교수는 “기후 변화가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지리적 범위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질문은 그 변화가 ‘어느 정도 규모일까’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IOC는 개최 도시들에 수자원 및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건설은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슈토스 위원장은 장기적으로 참가 종목 수, 선수단 규모, 심지어 관중 수까지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검증된, 그리고 잘 갖춰진 인프라’가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IOC가 확정한 또는 논의 중인 향후 10년의 개최지는 2030년 프랑스 알프스(확정), 2034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확정), 2038년 스위스(독점 협상 중) 등이다. 슈토스 위원장은 스위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 “기존 인프라가 풍부하고 대중교통 시스템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차기 개최지들의 공통점은 기존 인프라 활용도가 80% 이상에 달하고, 우수한 대중교통을 갖춘 지역들이란 점이다. 이는 새로 경기장을 짓지 않으면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은 이러한 점에 있어서 과도기적 모델의 시험대다.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기존 시설을 90% 이상 활용하며, 최첨단 ‘스노 팩토리’ 기술로 영상의 기온에서도 눈을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기술은 시간을 벌어줄 뿐,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를 막을 수는 없다’라고 말이다.
이탈리아 알프스의 차가운 인공눈 위에서 펼쳐질 뜨거운 레이스가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겨울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 마피아가 빠질 수 없지…축제 뒤에 숨은 ‘검은손’
이탈리아의 고질적 병폐인 마피아와 부패 세력이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건설 현장 깊숙이 침투하면서 지구촌 축제를 범죄 조직의 ‘돈잔치’로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헌병대(카라비니에리)가 발표한 ‘오퍼레이션 리셋’은 올림픽 개최지인 코르티나담페초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건설 비리로 검거된 세 명의 용의자 가운데 두 명이 로마를 거점으로 한 악명 높은 범죄 조직인 ‘이리두치빌리’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3단계에 걸친 치밀한 작전을 세웠다. 먼저 지역의 마약망과 유흥업소를 장악한 뒤, 이를 발판 삼아 지방 의회를 협박해 올림픽 관련 건설 사업권을 따내는 방식이었다. 검찰이 압수한 메모에는 “공동묘지 부지, 진입로, 순환 도로 건설권을 원한다”는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시의원을 매수하려다 거절당하자 “우리가 여기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여기 대장이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행정의 실패다. 이탈리아 당국은 올림픽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황을 ‘비상사태’로 규정했고, 투명성 감시를 위한 공공 조달 절차를 대거 생략했다. 시민단체 ‘리베라’의 엘리사 오를란도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이탈리아식 문제”라고 꼬집었다. 개막 전까지 완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조성해 감시망을 무력화하고 범죄 조직이 개입할 ‘뒷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탈리아 반마피아 수사국(DIA)에 따르면, 2024년 마피아 관련 제재의 38%는 건설업에 집중됐다. 지하 주차장 사업을 수주했던 한 업체는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 가운데 하나인 ‘은드랑게타’와 결탁한 사실이 드러나 계약이 취소됐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해 봅슬레이 경기장 냉각 파이프가 고의 절단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예산 집행 구조 역시 기형적이었다. 올림픽과 관련된 공공 조달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결성된 급진적 시민단체인 ‘오픈올림픽26’의 분석 결과, 대회 운영비 명목으로는 16억 유로(약 2조 7000억 원)가 투입됐지만, 도로 건설 등 간접 인프라 비용에는 이보다 2.5배 더 많은 41.2억 유로(약 7조 원)가 투입됐다. 이 가운데 도로 건설에만 28억 1600만 유로(약 5조 원)의 예산이 집중 배정됐다. 말하자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상한 구조가 된 셈이다.
문제는 이 공사들이 ‘무늬만 올림픽’이라는 점에 있다. 전체 사업의 60%가 환경영향평가를 건너뛰었으며, 공사의 절반 이상은 올림픽이 끝난 후에야 완공될 예정이다. 일부 도로는 완공 예정일이 2033년으로 잡혀 있기도 하다. 사정이 이러니 올림픽을 핑계로 마피아와 결탁한 토목 세력에 돈이 흘러갔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비용에 대한 시민들의 회의가 커지면서 크라쿠프, 오슬로, 스톡홀름, 인스브루크, 시옹, 캘거리 등의 도시는 2022년과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중도하차한 바 있다.
소치, 리우, 도쿄 등 최근 올림픽 개최지들이 부패 스캔들로 얼룩진 가운데 ‘오픈올림픽26’과 같은 시민단체의 투쟁은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단체의 가장 큰 성과는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모든 재정 거래 내역을 45일마다 공공 포털에 게시한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이제 ‘오픈올림픽26’은 자신들의 모델을 2030년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에 전수해 범죄 조직에 맞선 ‘국제적 시민 유산’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마피아 시민단체 ‘리베라’의 레오나르도 페란테 전국 이사회 위원은 “범죄 조직의 침투 위험은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는 모든 개최 도시들이 이 모델을 도입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