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수 연구위원 “중국, 제조업 육성으로 미국 꿈꿔…한국도 한국만의 제조업 미래 개척해야”
사단법인 동반성장연구소(이사장 정운찬)는 지난 2월 11일 오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제126회 동반성장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장에서 체제로, 중국경제의 대전환’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중국의 성장둔화는 지난 15년간 계속된 흐름이다. 2007년 14.2%를 기록하던 중국의 성장률은 10년 전부터 6%대를 웃돌다가 최근 3~4년 사이엔 5%대를 지키기도 힘들어졌다. 지만수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는 장기적 성장둔화가 진행 중이며 이는 불가피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고소득 국가 반열에 오르면서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중국을 위기라고 볼 수 있을까. 지 연구위원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높은 성장률을 목표로 발전하던 중국은 이제 ‘성장’이 있던 자리를 ‘안정’으로 채우려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탈 부동산’이다. 사실 중국의 경제 구조는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이 지탱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한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지 연구위원은 이제 그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세대에 형성된 고저축-고투자 성장모델이 종료되면서 부동산 투자와 건설 등으로 인한 경제 성장률이 매년 떨어지고 있다. 다르게 보면 중국은 부동산에 의존했던 성장을 확실히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성장률 둔화라는 뼈아픈 대가를 감수하면서까지 부동산 의존형 성장을 멈추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부동산에 기댄 성장이 어떤 파국을 초래하는지 이미 옆 나라 일본을 통해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 연구위원은 “부동산에만 의존한 경제 성장의 결과는 ‘일본식 버블 붕괴’로 이어진다는 점을 중국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중국의 경제는 2017년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잡으면서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한다. 과거 ‘고성장+완화된 통제’였던 통치 조합이 ‘저성장+강화된 통제’로 변화했다. 통제 대상은 1억 명의 공산당원이다. 지 연구위원은 “통제가 강화됐다고 하면 여론이 나쁠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 주석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평가가 나쁘지 않다. 통제의 대상이 일반 대중이 아니라 기득권층인 공산당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통치 체제의 중국 경제에서 더는 ‘분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는 “현재 중국은 분배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성장할 것이냐, 혹은 안정을 유지할 것이냐를 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제조업 육성에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지 연구위원은 “중국이 꿈꾸는 미래는 제조업이 강한 미국이 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산층을 형성할 수 있는 제조업 성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중국의 제조업은 양적 비중으로만 보면 미국의 두 배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 연구위원은 중국의 제조업 양상을 노동집약적 제조업, 자본집약적 전통산업, 신산업으로 나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노동집약적 제조업은 인공지능(AI)의 발전과도 맞물려 있다. AI 발전은 곧 인건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인건비가 높아진 중국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힘 쏟는 이유다.
자본집약적 전통산업은 중국 정부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산업이다. 국가가 무조건적인 자본을 지원하는 한,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민간 기업도 투자 규모 면에서 넘어서기 힘들다. 지 연구위원은 “최근 미중 갈등이 격해지면서 중국이 국유기업의 보조금을 7배 이상 늘렸다. 이로 인한 피해는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글로벌 민간 기업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신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태양광 산업과 전기차 산업 등 지난 20년간 새로 등장한 대규모 신산업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우선주의) 정책이 불러오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과거 바이든 정부가 세계와 합심해 중국 견제 정책을 펼쳐왔다면 현재의 트럼프 정부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등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틈을 타 미국이 등진 국가에 접근하는 등 지정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 연구위원은 “2023년 베트남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2022년보다 2배가량 올랐고, 같은 기간 멕시코에 대한 투자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EU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서도 트럼프 정부는 등진 반면 중국 정부는 202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신에너지 산업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제조업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제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 연구위원은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대세계 수출 증가율과 가장 유사하다. 글로벌 경제에 중국은 미국보다 큰 규모의 수입시장을 제공하고 있다. 쉽게 말해 중국의 산업 성장률이 높아지면 중국을 상대로 한 한국의 수출량도 증가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도 한국만의 제조업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이 선도자일 때는 한국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비용우위나, 학습능력과 전략적 자본 투입을 통해 추격이 가능한 반면, 중국이 시장의 선도자일 때는 그 뒤를 따르는 후발주자에 성장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개발부터 양산, 판매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소화한다.
과거 시장을 겨냥했던 생산에서 특정 고객을 위한 생산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근 부상한 대부분의 고부가가치 사업은 주문형이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납품하는 것이 한 예다. 지 연구위원은 이를 ‘대기업의 을(乙)형 마인드’라고 정의했다.
지 연구위원은 “결국 우리 기업은 한국의 기업성장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며 “기업이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이 새로운 고객 구조와 기술 패러다임에서 어떤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지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