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사상 처음 동해안 전역 산불 ‘경계’ 발령…산림청 예산 늘렸지만 산림 구조개선 등 근본 대책 마련은 요원
2026년 새해, 몹시 달갑지 않은 통계가 나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6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는 44건이었다. 2024년에는 18건이었다.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재난의 여파가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지역 주민들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관심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복구와 회복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요신문은 지난 5년 사이 치명적 자연재해로 이웃을 잃고 눈물에 잠겼던 지역들을 다시 찾았다. 2022년 초대형 산불이 난 경북 울진, 이듬해 2023년 산사태로 물에 잠긴 경북 예천, 지난해 2025년 불지옥을 연상케 한 경북 안동시 등이다. 현장은 회복을 포기한 듯한 분위기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쪽을 향한 기대도 엿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호소한 대상은 시민사회였다. [편집자주][일요신문] 새해에도 산불 소식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전해지고 있다. 2025년 경상북도를 지옥으로 만든 '역대급' 산불 트라우마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2월 19일까지 전국에서 산불 117건이 발생했다. 2025년 같은 기간 66건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산림청은 올 1월부터 강원도와 경상도 등 동해안 지역에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해 계속 유지하는 상태다. 봄이 오기 전 1월에 경계를 발령한 사례는 올해가 처음이다. 경계는 산불 위기경보 4단계 중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 산불은 인재로 발생해서 날씨로 확산하는 '복합재난'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재난 이후 관리는 오롯이 정책과 제도에 달려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재난 지역 주민의 실질적 삶 회복을 위해 제 역할을 다 해왔을까. 지역마다 다른 복구 기준, 일관성 없는 행정 판단, 모호한 지원 주체 등이 재난을 '일회성'이 아닌 '지속되는 위험'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경북 울진 산불, 2023년 경북 예천 산사태, 2025년 경북 안동·의성·청송 산불은 재난 형태와 규모 및 발생 시기가 제각각이지만, 주민들이 마주한 현실만큼은 꼭 빼닮아 있다. 일요신문과 만난 이 지역 주민들은 △보상 부족 △성금 등 분배 과정에서 주민 사이 갈등 △산 지반이 약해진 데 따른 2차 피해 우려 △정서적 트라우마 등을 일제히 호소했다.
특히 보상금은 이재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불가능할 정도로 적다. 각종 보상은 '재난·안전관리 기본법' 등에 따라 이뤄진다. 피해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주택 기준 전파(전소)는 최대 3600만 원, 반파는 최대 1800만 원 수준이다. 급등한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자기 부담 없이 새집을 짓기란 무리다(관련기사 [재난 현장은 지금: 예천] "대통령 방문 오히려 독" 산사태 후 무너진 마을 공동체).
실제 2025년 3월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의성·청송 등 주민 상당수가 아직도 임시주택에 머무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1월 13일 기준 경북 지역에서 임시주택에 거주하는 산불 피해 주민은 4102명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안동시 1532명 △영덕군 1341명 △청송군 696명 △의성군 375명 △영양군 158명 등이다(관련기사 [재난 현장은 지금: 안동·의성·청송] "산불이 쓸어버린 민둥산, 이젠 산사태 걱정").
집뿐 아니라 농기계나 농작물 등 생계 수단마저 잃는 현실도 심각하다. 각종 농기계 등 장비는 중고 가치로 평가되지만, 대부분 주민은 새 제품 구매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인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자부담과 대출이 필수적으로 발생해 피해 주민들이 다시 빚을 떠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농작물 등 피해는 농협이 운용하는 '농작물재해보험'에만 기대야 한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관련기사 [재난 현장은 지금: 울진·삼척] 산불이 앗아간 터전, 다시 '희망의 나무심기').
정부는 2025년 10월 안동 등 경북 산불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경북 산불 구제 특별법' 시행령을 제정, 올 1월 29일 시행했다. 피해 구제 범위와 생계지원을 확대한 게 골자다. 그러나 이를 통해 실질적 피해 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은 적다.

더 큰 문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적절한 보상을 받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시행된 경북 산불 구제 특별법의 내용을 인지하는 주민도 적다.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므로, 정부나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416재단 부설 '재난권리센터 우리함께'는 2025년 12월 9일 국회에서 '누구를 위한 산불구제 특별법인가' 토론회를 열고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단체는 경북 안동·의성·청송 산불 피해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요신문이 실태조사 결과 전문을 살펴보니, 산불 구제 특별법에 대해 "들어만 봤고 구체 내용은 모른다"는 응답이 54.3%, "전혀 들어본 적 없다"는 응답이 25.9%에 달했다. 응답자 80.2%가 보상과 관련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지급된 파손주택 보상금 등의 산정 근거도 '전혀 알지 못한다'가 42.7%, '대체로 알지 못한다'가 27.3%로 전체 70%를 차지했다. 민간 성금의 지급과 분배도 마찬가지다. 민간성금 정보를 어떤 경로로 확인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29.2%가 "이웃", 18.9%가 "이장", 22.6%가 "언론"이라고 답했다. 행정기관 공무원이라고 답한 응답은 17.9%에 불과했다.
재난권리센터 우리함께 관계자는 "성금 등이 누구에게 어떤 기준에 따라 배분됐는지 공식 확인할 수 있는 경로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며 "이처럼 정보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피해 주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거나 절차의 공정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또한 행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주민들의 행정 불신으로 이어진다. 산불 피해를 입은 청송군민들은 '청송산불피해보상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최근까지도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6일에는 청송군청에 찾아가 "마을마다 보상 지급 비율이 다르고 안동시 등 인근 지역하고도 기준 차이가 크다"고 항의했다고 전해졌다.

남은 최대 과제는 단연 재난 예방이다. 하지만 정작 산불 확대의 구체적 원인 진단도 나오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5년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산불 확대에 소나무 등 침엽수와 참나무 등 활엽수가 각각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문도 뒤따랐다.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우리는 나무 심을 때 주로 침엽수를 심는다. 근데 활엽수가 산불에 더 강하다, 근데 왜 침엽수를 심느냐 하는 겁니다. 저는 21세기 과학문명 시대에 아직도 이 논쟁을 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이게 왜 답이 안 나오는지, 제가 이 얘기를 들은 지 매우 오래 됐고, 결론이 안 나오고 지금도 논쟁하고 있는데, 이거 예산편성 전에 결론을 내야 할 것 같은데요."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침엽수가 활엽수에 비해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길다. 침엽수가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활엽수의 낙엽이 불씨를 머금고 날아다니며 산불을 키운다는 주장도 꾸준했다.

이에 따르면 침엽수 비중이 클수록 산불 강도도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사를 이끈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송이농사 등을 위한 침엽수림, 임도 조성 등이 산불을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다"며 "산불 확산을 줄이려면 활엽수림으로의 자연적인 변화를 막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산불 피해지역 청송주민이자 해당 조사에 참여한 홍시언 씨는 "소나무 단순림을 유지하기 위해 활엽수가 반복적으로 제거된 흔적을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했다"며 "산불로부터 우리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면, 다시는 소나무를 산에 심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물론 정부도 고민이 깊다. 한국 산림은 약 630만㏊ 규모다. 이 가운데 약 66%가 사유림이다. 산주들 대부분이 침엽수를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침엽수가 성장 속도가 빠르고 관리도 쉬운 데다, 벌채 후 수익을 얻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요신문과 경북 울진에서 만난 60대 산주 전 아무개 씨는 "침엽수가 산불에 취약하다는 사실 자체를 못 믿겠다"고 했다. 그는 "소나무가 화재에 취약한 건 사실이지만, 활엽수도 계절이 지나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지면 불쏘시개 역할을 하므로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라며 "그럼에도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나무는 소나무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6년 산림청의 산불 방지 대책 예산으로 약 854억 원을 책정했다. 전년도인 2025년 본예산인 578억 원보다는 크게 증가한 액수다. 하지만 2025년 경북 산불 이후 편성된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한 1015억 원과 비교하면 많이 적은 규모다. 올해 산사태 예산의 경우 323억 원이 편성됐다.
2026년 산불 예산 주요 내용을 보면, 재난 조기 발견을 위한 감시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렸다. 126억 원을 투입해 220곳에 산불감시카메라를 추가 설치한다. 산불 위험지역에 안전공간 120개소(73억 원)를 조성하고, 소화시설 28개소(29억 원)를 설치한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60명 증원한다. 다목적 산불진화차량 12대(45억 원)와 산불대응센터 10개소(41억 원)를 추가한다. 공중 진화력 보강을 위해 대형 산림헬기 1대와 중형 헬기 1대를 추가 도입한다. 특히 대형헬기 도입에 약 550억 원, 중형헬기에는 330억 원을 투입한다.
다만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산림 구조개선'이나 '수종 전환' 등 근본적인 예방 대책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산사태 예산은 '산악기상 관측망 현대화'가 핵심이다. 전국 172개소에 50억 원을 투입해 산악기상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산림계곡 정보 구축을 위한 산림수계수치지도와 산림유량관측망도 확대한다. 이 역시 의문이 따른다. 산사태 위험은 단순 기상 정보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산림 이용 방식과 지역 개발 구조까지 함께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림청은 2022년에도 '전국 산사태 예방 종합대책'을 통해 "산사태 예측정보 시스템의 고도화"를 중점 사업으로 내세웠다. 2015년 처음 내놓은 '산사태 종합대책'에서도 "산사태 정보시스템을 통해 예방·대응 활동 적극 추진" 등 같은 말을 반복한 바 있다.

이는 경북 산불구제 특별법 39조(관광단지개발)가 "피해지역 경제 회복과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 관광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명시해 가능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난 김에 개발하자는 뜻이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정항우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주민들은 실질적 보상과 생활 재건을 꿈꾸지만, 행정과 정치권은 정부 예산을 통한 정치적 성과와 개발 이권 확보에 더 치중하는 듯 보인다"며 "결국 피해 주민과 정치권은 같은 특별법을 두고도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동상이몽에 빠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커다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한 경북 산불은 국가 차원의 원인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십 년 반복돼 온 잘못된 산림 정책과 산불 대응 정책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