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니고 옆집이거든요”
▲ 호화시설 논란을 일으킨 교도소의 자판기·인터넷 활용 사진. 이는 개방교도소의 모습으로 천안외국인교도소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출처=교정본부 홈페이지 |
“잘못된 정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호화시설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천안외국인전담교도소 관계자의 첫마디다. 이 교도소는 매번 똑같은 이유로 구설수에 시달리는 통에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고 한다. 잔인한 범행수법으로 인육판매 의혹까지 제기됐던 수원여성 살인사건의 범인 오원춘(43)이 연루됐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확정 받은 오원춘의 국적이 중국인 까닭에 천안교도소로 수감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천안교도소는 오원춘이 수감될 확률이 극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었다. 또한 호화시설에 대한 소문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 부인하며 실제 모습을 공개했다.
천안외국인전담교도소(외국인교도소)는 ‘일급호텔’이라는 교도소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는 온라인에서 떠도는 사진들 때문에 붙여진 것인데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목재로 만들어진 이층침대와 한 명씩 이용할 수 있는 TV시설, 영상 지원이 되는 공중전화, 냉장고와 자판기 모두 외국인교도소 인근에 위치한 천안개방교도소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개방교도소는 외국인은 일절 이용할 수 없는 시설이었다.
물론 한국 국적의 모든 재소자라고 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도 아니다. 개방교도소는 형량이 얼마 남지 않은 모범수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로 이곳을 이용하는 재소자들은 낮에는 직업훈련 및 실습을 받고 퇴근 이후 집처럼 사용하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한다.
식단은 대체적으로 사실과 소문이 다를 바 없었으나 일부 과장된 부분은 있었다. 현재 천안교도소는 매일 3가지(한식·양식·이슬람식) 식단을 제공한다. 입맛의 차이뿐 아니라 종교적 이유로 한국음식을 못 먹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식단인데 이 때문에 지나치게 외국인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됐다. 또한 햄버거, 돈가스, 스파게티 등 비교적 고가의 음식과 관련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천안교도소 관계자는 “수용자 평균 식비는 1일 3764원으로 측정돼 있다. 사실 처음에는 외국인과 한국인의 식비 차이가 많이 났다. 이에 대한 지적을 받고 현재는 균형을 맞춘 상태이며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은 없다. 우리 교도소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40%가량)도 있기 때문에 불평등하게 해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시설이나 외국인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뒤따랐다. 천안교도소에는 4개 국어(러시아어·아랍어·중국어·영어)가 지원되는 TV와 세계 각국에서 발행된 도서들이 비치돼 있다. 이 또한 다른 교도소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천안교도소의 입장이다.
우선 TV 시청은 오후 5시 30분부터 9시까지 가능한데 그 중 30분만 외국어 방송이 지원된다. 매일 4개 국어가 골고루 지원되는 것도 아니며 순차적으로 방송되기 때문에 원하는 언어의 방송은 일주일에 1~2회 제공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외국인 재소자들도 자국의 방송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 교도소에도 한류 열풍이 불어 외국 방송이 되는 시간에도 한국 프로그램을 틀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지경이라고 한다.
도서관도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책이 있을 경우 도서목록을 보고 교도관에게 신청해 배당받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음악 감상, 그림 전시 등 문화시설 이용도 일주일에 30분씩 제한된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천안교도소 측은 외국인이기에 한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것이 직업훈련인데 한국인은 10여 가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으나 외국인은 오직 배관작업과 원예만을 배울 수 있다. 또한 학과 교육에서도 차이가 난다. 한국인은 중·고등 교육은 물론이고 대학과정도 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은 한국어와 시청각 자료를 통한 한국문화 습득만 허용된다.
천안교도소 관계자는 “우리나라 재소자 수용관리에 사용되는 경비는 1인당 연간 약 200만 원이며 이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의 오해가 풀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천안교도소 외국인 수용 기준
오원춘 수감 확률 낮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모두 천안교도소로 수감되는 것은 아니다. 내부적인 규정에 따르면 범죄유형이나 형량보다는 국적에 따른 분류가 우선시된다. 아시아 국적은 주로 대전교도소로 이송되며 아프리카, 영미, 아랍 등의 국적을 가진 이들은 천안교도소로 배정되는 식이다.
물론 예외규정도 있다. 공범이 많을 경우 한 교도소에서 수용하는 데 따른 위험성이 높아 분산 수용을 하고 있는 것. 일례로 지난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생포된 소말리아 국적의 해적들은 공범이 많아 대전과 천안으로 나뉘어 수용 중이다.
가끔 이감되는 사례도 있다. 처음 배정받은 교도소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모범수로 분류돼 천안교도소로 오는 경우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감되는 재소자의 경우 무기징역형 등 무거운 형량을 받은 이들도 있지만 대체로 단기수들이 많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재소자가 미군일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천안교도소로 배정된다. 미군은 다른 재소자들과 달리 식자재를 군부대로부터 제공받는다. 한 교도소 관계자는 “평택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식자재가 배달되기 때문에 가까운 천안교도소를 선호한다. 식자재뿐 아니라 군용침대도 제공되는데 좁은 방안에 낡은 가구를 들여놓는 것도 재소자 입장에서는 고역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수원여성 살인사건의 범인인 오원춘이 천안교도소에 수감될 확률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의 국적이 중국이고 흉악범이라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교도소가 아닌 흉악범들을 모아 놓은 일반 교도소에 갈 가능성도 높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국적, 죄명, 형명·형기, 경비 등 처우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오원춘 수감 확률 낮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모두 천안교도소로 수감되는 것은 아니다. 내부적인 규정에 따르면 범죄유형이나 형량보다는 국적에 따른 분류가 우선시된다. 아시아 국적은 주로 대전교도소로 이송되며 아프리카, 영미, 아랍 등의 국적을 가진 이들은 천안교도소로 배정되는 식이다.
물론 예외규정도 있다. 공범이 많을 경우 한 교도소에서 수용하는 데 따른 위험성이 높아 분산 수용을 하고 있는 것. 일례로 지난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생포된 소말리아 국적의 해적들은 공범이 많아 대전과 천안으로 나뉘어 수용 중이다.
가끔 이감되는 사례도 있다. 처음 배정받은 교도소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모범수로 분류돼 천안교도소로 오는 경우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감되는 재소자의 경우 무기징역형 등 무거운 형량을 받은 이들도 있지만 대체로 단기수들이 많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재소자가 미군일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천안교도소로 배정된다. 미군은 다른 재소자들과 달리 식자재를 군부대로부터 제공받는다. 한 교도소 관계자는 “평택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식자재가 배달되기 때문에 가까운 천안교도소를 선호한다. 식자재뿐 아니라 군용침대도 제공되는데 좁은 방안에 낡은 가구를 들여놓는 것도 재소자 입장에서는 고역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수원여성 살인사건의 범인인 오원춘이 천안교도소에 수감될 확률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의 국적이 중국이고 흉악범이라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교도소가 아닌 흉악범들을 모아 놓은 일반 교도소에 갈 가능성도 높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국적, 죄명, 형명·형기, 경비 등 처우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