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적자 규제 완화, 세대 간 이전에도 세금 감면…시장 회복 견인 기대 속 특혜 논란도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비호적자(외지인)에 대한 규제 완화다. 상하이뿐 아니라 베이징 등 1·2선 도시들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은 호적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갖고 있어도 외지인들은 집을 사기가 어려웠다.
상하이의 경우 기존엔 3년 이상의 사회보험이나 소득세를 납부해야만 집을 소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통지에 따르면 자격 조건을 1년으로 낮췄다. 상하이 부동산연구원 부원장 옌웨진은 “구매 문턱과 대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조치”라면서 “(아파트) 청약 범위가 시 전체로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을 추가로 한 채 더 살 수 있는 조건도 추가했다. 비호적자라 하더라도 3년 이상 사회보험이나 소득세를 냈다면 집을 2채까지 살 수 있다. 단, 추가로 사는 집은 중심가가 아닌 외곽지역이어야 한다. 부동산 분석가 루원시는 “구매할 주택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매수자에게 엄청난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사회보험이나 소득세를 내지 않더라도 상하이시가 발행하는 거주증을 5년 이상 소지했다면 집을 살 수 있는 정책도 도입했다. 기초 서비스직에 종사해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있거나 회사 본사가 다른 곳에 있는 실거주층을 포섭하기 위해서다. 상하이시는 이번 통지 발표를 앞두고 정밀한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금융부문은 실질적인 현금 흐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우선, 첫 주택 구매 시 대출 한도가 기존 160만 위안(3억 3000만 원)에서 240만 위안(5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50% 증가한 금액이다. 여기에 다자녀 가구, 친환경 건축일 경우 우대를 더했다. 이에 따라 최대 320만 위안(6억 60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출 조건도 완화했다. 그동안 상하이 금융기관들은 과거 주택 관련 대출 이력이 있을 경우 다시 돈을 빌려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젠 과거에 대출을 받았더라도 현재 무주택이거나 주택이 있더라도 돈을 모두 갚았다면 다시 빌려주기로 했다. 루원시는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수요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생애 첫 주택 구매 시에만 적용되던 다자녀 우대 정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횟수에 구애받지 않고 집을 살 때마다 적용된다. 다자녀가 있는 가구는 최대 대출 한도에서 20%를 추가로 빌릴 수 있다. 또한 친환경 기법으로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하는 가구 역시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세제 측면에서는 세대 간 자산 이전에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상하이 호적 가구에 포함돼 있던 성인 자녀가 독립한 후 주택을 구매할 경우 부동산 관련 세금을 면제한다. 증여세, 취득세 등이다. 미성년자가 과거에 부모 등과 공동 명의로 주택을 소유했더라도 이는 개의치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특혜라는 지적도 나오긴 하지만 상하이시는 부동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심지어 상하이시는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시작되는 2월 26일 이전에 부과된 세금에 대해서도 재신청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미 세금을 납부했다면 환급도 이뤄진다. 옌웨진 부원장은 “소급해서 적용할 만큼 부동산 시장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동안 집 구매의 걸림돌이었던 세금 문제가 해결됐으니 이제 갈아타기형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점쳤다.
상하이시의 이번 발표를 두고 온라인상에선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의 대물림이 강화되고 자금력이 풍부한 수요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란 비판이 곳곳에서 나왔다. 베이징대의 한 교수는 방송에 나와 “20대 구매자들, 친환경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다자녀 가구 등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라면서 “상하이시의 통지는 가진 자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동산 분석가 루원시는 “전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책의 진정성이 매우 높고 정교하다”면서 “설 연휴 이후 시장의 기대가 오르는 시점에 즉각적인 대책이 나오면서 매수자들이 조기에 구매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상하이는 중국에서 전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도시 중 하나다. 상하이 부동산 시장이 이번 조치로 안정적인 거래량 증가와 함께 가격 바닥을 탈출하게 된다면, 이는 곧 중국 전체 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루원시는 “단순한 부양책을 넘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는 포석”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