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당 보험 손실·지급여력비율 관리 부담…소각 대신 매각·보상 활용 가능성 대두

지난 18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의 건’이 의결됐다. 해당 안건에는 보통주 중 남은 주식 4745만 4455주를 2027년 정기주주총회 이전까지 임직원에게 보상으로 지급해 처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라며 “정기 배당금 9조 8000억 원에 더해 1조 3000억 원의 추가 배당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발표한 2024년부터 2026년까지의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경영실적이 좋아지면 배당 또한 자동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의 자사주 평가금액이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웃도는 수준이어서 자사주 소각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삼성전자보다 더 크게 인식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예상 금액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45조 2068억 원)의 38% 수준이지만, 삼성생명의 자사주 평가금액(4조 7999억 원)은 지난해 당기순이익(2조 4515억 원)의 195%에 달해 소각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인식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유배당 보험 계약 부분에서 결손이 발생하고 있어 손실을 메우기 위한 재원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유배당 보험계약은 보험사가 운용한 수익을 고객과 나누는 구조의 상품이다. 삼성생명이 고정금리 유배당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는 평균 7%지만, 자산운용 수익률은 평균 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이익잉여금으로 유배당 보험계약 결손을 보전한 금액은 누적 11조 3000억 원이다.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넘을 경우 그 초과분 주식을 매도해야 해, 두 회사는 지난 18일 삼성전자 주식 일부(총 733만5931주) 매각에 나섰다. 다만 삼성생명은 이에 따른 이익을 유배당 보험계약자 배당 재원으로 즉시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에 따른 자본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른 지급여력비율을 관리해야 한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위험을 고려한 최소 필요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가 예상되는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 체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을 100% 이상 유지해야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150% 이상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다. 130% 미만으로 하락하면 금융당국이 경영개선 권고 등 감독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LS증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198%로 통상적 안정 기준을 웃돌았다. 다만 2023년(218.8%) 대비 낮은 수준이며 올해(192.0%)와 내년(185.5%)은 더 하락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194.9%, 내년 191.6%로 감소 전망을 내놨다.

자사주 소각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자사주를 1년 6개월 내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 주주에 대한 비례·균등 처분, 우리사주제도 실시 등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경우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필요한 범위(수량) 내에서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주주총회 승인을 전제로 자사주를 성과급 등 임직원 보상에 활용하거나 일부 매각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증권가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은 지난 12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기재한 내용 외에 자사주와 관련한 추가 설명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업보고서는 삼성생명이 올해 6월 30일까지 사업제휴, 글로벌 사업 확장 등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진출, 주주가치 제고 목적 등으로 자사주를 보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단행할 수 있는 것은 제조업 기반의 풍부한 현금 흐름과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본 구조 덕분”이라면서도 “삼성생명은 실적은 양호하지만 현금 흐름이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 해 당기순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평가되는 자사주를 단번에 소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삼성생명은 자사주 보유 목적으로 ‘사업제휴 및 글로벌 사업 확장’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 소각보다 제3자 매각이나 주식 교환(Swap)을 통한 해외 보험사 지분 취득 등 실질적인 자산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임직원 상여금 활용은 소규모로 진행될 수 있으며, 지급여력비율이 임계치(180% 이하)로 떨어질 경우를 대비한 시장 매각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경영권 방어용 ‘우호 지분’ 확보로 비칠 경우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