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답사·위치추적 정황에도 잠정조치 미흡…전자발찌 한계 속 피해자 중심 대응 요구
이른바 ‘남양주 스토킹 살해사건’은 예견된 비극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피해 여성은 2025년 5월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 여러 차례 직장을 옮겼고, 올해만 5번이나 김훈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끝내 숨졌다.

A 씨가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 신고를 접수해 출동한 경찰은 소방당국과 함께 A 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김훈을 용의자로 특정, 범행 1시간여 만인 오전 10시 8분쯤 경기 양평군 양평읍 한 도로에서 김훈을 검거했다. 검거 당시 김훈은 차 안에서 소주와 함께 다량의 약물을 먹어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경찰은 바로 김훈을 인근 병원 중환자실로 옮겼다.
김훈은 범행 당시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였지만, 해당 전자발찌는 A 씨의 스마트워치와 연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김훈은 2013년 강간치상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2016년 출소했다. 법원은 김훈에게 전자발찌 부착 13년을 명령했으며, 심야시간대 외출 제한 규정을 적용했다. 김훈의 접근 사실이 A 씨의 스마트워치와 연동되기 위해서는 경찰이 잠정조치 3의 2(전자발찌 부착)를 신청해 법원에서 인용됐어야 한다.
범죄 전조증상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과거 김훈과 사실혼 관계였던 A 씨는 2025년 5월, 김훈을 가정폭력과 스토킹 혐의로 신고했다. 경찰은 김훈을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했으며, 법원은 김훈에게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호(100m 이내 접근 금지)·3호(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A 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주거지 주변 순찰을 강화했으나, A 씨의 추가 요청이 없어 두 달 만에 종료됐다.
잠잠해진 줄 알았던 김훈은 2026년 1월 22일 또다시 A 씨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A 씨는 경찰에 신변보호 조치를 요청했고, 같은 달 28일 자신의 차량에서 김훈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추적 장치가 발견됐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2월 2일 A 씨는 김훈을 스토킹 혐의 등으로 고소했고, 법원은 김훈에게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호(서면 경고)·2호(100m 이내 접근 금지)·3호(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를 내렸다.
2월 21일 A 씨는 새로 바꾼 차량에서도 위치추적 장치가 발견됐다고 신고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경기북부경찰청은 사건을 수사 중이던 구리경찰서에 가장 높은 단계인 잠정조치 4호(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신청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훈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추적 장치 감정을 의뢰하느라 신청을 미룬 사이 비극이 발생했다.

더구나 YTN에 따르면 경찰은 위치추적 장치가 설치된 A 씨 차량 블랙박스와 주변 CCTV 영상을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피의자의 전과와 피해자의 수차례 스토킹 관련 신고내역, 피의자의 불법 위치추적 장치 부착 정황 등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적극적으로 현장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경찰의 미흡한 대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 피해 여성 A 씨는 김훈의 스토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경찰에 지속적으로 신변 보호 조치를 요청했고, 차를 바꾸고, 여러 차례 직장을 옮겼다. 그럼에도 김훈이 자신의 바뀐 직장을 알게 되자 주변에 ‘매일 목숨 걸고 출근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차량에 설치된 위치추적 장치도 2번이나 발견해 경찰에 알리고 김훈을 신고했다. 결국 A 씨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경찰은 16일 김훈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17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훈이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겠단 의사를 밝히면서 이날 심사는 서류심사로 진행됐다. 경찰은 의료진 협조를 받아 병원에서 김훈을 조사하고 있는데, 김훈은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질문에 “범행 상황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난의 화살은 성범죄자 김훈을 감독하는 주체 기관이었던 법무부에도 쏠렸다. 법무부 관제센터는 김훈이 범행 이후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날 때까지도 그의 동선을 파악하지 않았다. 경찰과 법무부 두 관계부처가 정보 공유를 하지 않으면서, 김훈을 감시하던 보호관찰관은 김훈의 스토킹 범행에 대해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수만 명의 전자감독대상자를 일일이 실시간 모니터링해 동선을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전자감독을 통한 범죄 예방에는 한계가 있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윤호 교수는 “스토킹 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에 관해 경찰과 보호관찰소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면서 “전자발찌에는 눈과 귀가 없다. 그저 위치정보만 제공하는 수단이고 사실상 범죄자가 마음을 먹고 끊어버리면 그만이다. 관계부처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위치정보를 행동 정보와 연계하는 등 제도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김훈의 과거 판결문을 보면 그에겐 더욱 전자감독 제도의 실효성이 낮았다. 김훈은 2017년 2차례, 2018년 7차례, 2019년 4차례 외출 제한 규정을 어겼으며, 3년 동안 13번 무단외출을 했다가 보호관찰관에 적발됐다. 아울러 재범 방지를 위해 명령받은 주기적인 전문의 치료도 거부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훈은 법원의 명령을 반복적으로 무시하고, 무면허 운전과 성매매 알선을 시도하다 실패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경찰은 뒤늦게 사건 대응 부실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오는 4월 2일까지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1만 5000여 건을 전수조사하고, 재범 고위험 가해자에 대해선 잠정조치 3의 2, 4호를 필수적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사후약방문’이란 지적도 나오지만 법무부와 전자감독 대상자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결국 스토킹 범죄를 막기 위해선 피해자 중심의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 이윤호 교수는 “눈에 보이는 피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피해가 더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이미 사건이 터지고 나서 ‘그럴 걸’하고 회고할 게 아니라 법원과 수사기관이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을 180도 바꿔야 한다. 사망이나 부상 등 가시적인 피해만 놓고 가해자의 분리 여부를 따지게 되면 피해자의 불안과 공포만 더 키우게 된다. 스토킹 피해자 중심의 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