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기술주 중심 체질개선 기대…프리미엄 시장 투자 쏠림·2부 분류 기업 낙인 우려

금융위는 “현행 코스닥 시장이 성숙 기업부터 초기 성장기업까지 한데 섞여 있어 ‘우량 기술주 시장’으로서의 성격이 약해졌다”며 “기업 간 규모와 실적, 사업 안정성 차이가 큰데도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 있다 보니 시장 평균 밸류에이션이 낮아지고, 개별 기업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등 과거 코스닥 대표 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배경에도 이런 구조적 한계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인 알테오젠도 연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러한 진단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코스닥을 시가총액 상위 대형 성숙 기업 중심의 ‘프리미엄’과 일반 스케일업 기업 중심의 ‘스탠다드’로 구분하고, 상장폐지 우려 기업이나 거래 위험 기업은 별도 관리군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프리미엄 세그먼트에는 시가총액과 매출·이익 등 영업실적과 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다 엄격한 진입·유지 요건이 적용되고, 스탠다드는 현행 코스닥 기준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상위 시장 요건을 충족하면 승격하고, 유지 요건에 미달하면 강등되는 승강제도 함께 도입된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량 기업군을 별도 세그먼트로 묶으면 시장 정체성이 보다 분명해지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투자 시장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세그먼트에 대해 지배구조보고서와 영문 공시를 도입하고, 대표기업 중심 지수와 연계 ETF(상장지수펀드)까지 개발하겠다는 구상 역시 투자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탠다드 시장도 실적 전망, 잠정 실적, 성장계획 공시 확대와 정례적 IR 등을 통해 성장기업으로서의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비될 전망이다.
다만 프리미엄 세그먼트에 포함되지 못한 기업들이 사실상 ‘2부 시장’으로 인식되면서 시장 내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도 취지는 성장 단계별 구분이라고 하더라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프리미엄과 스탠다드가 우열 구도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금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쏠리고, 스탠다드 시장 소속 기업들은 기업가치가 떨어지거나 유동성 저하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은 2022년부터 도쿄증권거래소를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 등 3개로 나눠 기업 성장 단계에 맞게 주식시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변경 이후 스탠다드 시장 상장사는 프라임 시장 상장사보다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이 대체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거래소그룹(JPX)이 지난 2월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탠다드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500만 엔 미만 251개사, 500만~1000만 엔 268개사, 1000만~5000만 엔 291개사, 5000만~1억 엔 362개사 등이었으나, 프라임 시장에서는 1억~10억 엔 200개사, 10억~30억 엔 803개사, 30억~50억 엔 302개사, 50억~100억엔 79개사, 100억 엔 이상 103개사 등 스탠다드 시장보다 상위 거래대금 구간에 집중돼 있다.
승강제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승격 기대만으로 단기 매수세가 몰리거나, 강등 가능성이 부각된 기업들에는 선제적인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정 지수에 편입·편출이 예상되는 종목에 매수·매도세가 집중되는 경향과 비슷하다.
게다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이 강등될 경우, 해당 기업의 본질 가치와 무관하게 시장 심리만으로 주가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관리군을 분리하는 것 역시 시장 건전성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투자자들에게는 해당 기업군에 대한 경계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관련 간담회에서 “혁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겠다”며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이 차별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혁신 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