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걸 한양대 교수 강연…‘사랑방 협동조합’이 공공기관보다 뛰어난 금융 활동 벌여

지난 4월 8일 오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는 제128회 동반성장포럼이 개최됐다. 이날은 김종걸 한양대 지속가능경제학과 교수가 강연에 나섰다.
김 교수는 '사회연대 경제' 전도사로 잘 알려져 있다. 주류 경제학은 인간의 이기심을 전제로 삼지만, 사회연대 경제는 이타심에 더 주목한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김 교수는 사회연대 경제 또한 시장경제 속에서 냉철한 경영능력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각에서 사회연대 경제를 '사회주의 경제'로 평가하는 데 대해서는 "대응할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전 세계 193개국이 가입한 국제연합(UN)도 2023년 3월 총회에서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 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발표했다. UN 회원국에 △사회연대 경제 발전을 위한 법과 정책 정비 △세계은행 등 개발은행들은 이를 지원 △UN사무총장 지휘 아래 산하기관 협업 작업팀 조직 및 향후 발전계획 수립 등이 뼈대다.
국내에서도 사회연대 경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많다. '쪽방촌'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2011년 설립된 '사랑방 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 주민들끼리 자금을 모아 2.0% 수준 저리로 서로 대출을 해주는 금융협동조합이다. 2023년까지 누적된 출자액만 4억 3500만 원에 이를 만큼 활발히 작동하고 있다. 연체 이자율은 4.0%로, 상환율이 90%를 훌쩍 넘는다.
이를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의 '소액생계비 대출'과 비교하면,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서민금융진흥원의 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20%,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 성년에 최대 100만 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이자율이 연 15.9%다. 2023년 통계에서는 이자를 한 달 이상 내지 못한 사람이 10.5%로 집계됐다.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훨씬 우수한 금융 활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동자동 주민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 상당수도 소싯적엔 나름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여러 사정으로 현재는 어려운 처지가 됐지만, 와중에 서로 상부상조하며 신뢰 관계망을 구축해 성과를 거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발달장애인의 경제 자립 목적으로 2012년 설립된 '베어베터'도 유의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카페, 제과제빵, 꽃배달 등을 도맡은 기업이다. 창립 당시 5명의 발달장애인 고용으로 시작해 현재는 300여 명의 발달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60명 넘는 직원이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2024년 기준 매출액만 약 160억 원에 달한다.
베어베터의 이 같은 성과도 혁신의 결과다. 각 직무의 체계적 단순화·분업화, 작업도구 개량, 종업원 건강과 정서지원, '연계고용제도와 매출비례고용' 등 국가제도 활용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경영시스템 설계가 선행됐다.
김 교수는 베어베터 발달장애인들 특유의 천재성도 눈여겨봤다. 그는 "베어베터 직원들을 보면 비장애인들이 갖추지 못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잦다"며 "가령 라벨을 기계가 붙인 듯 반듯이 부착한다거나, 지하철 전역은 물론 가장 빠른 동선까지 완벽히 외워 누구보다 신속한 배달을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론적 설명도 부연했다. 현대 시장경제의 토대인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그중 하나다. 국부론은 각 나라의 1인당 연간 생산물이 △국민이 노동할 때 발휘하는 기교·숙련 및 판단 △유용노동에 종사하는 사람 수와 유용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의 수 사이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첨단의 혁신주도형 성장만이 아니라 사용되지 않는 자원의 유용한 활용, 즉 노동자의 내발적 성장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 가운데서도 취약계층의 '내발적 성장'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복지 대상으로만 인식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동자동 사랑방 협동조합과 베어베터가 보여주듯, 취약계층도 경제사회의 유용한 재화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인적자본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 시민사회, 기업 등의 지원이 더해지면 시너지가 배가 된다. 예컨대 전남 영암군에는 청년단체가 빈집을 개조해 만든 마을호텔이 있다. 여기에 신라호텔 등 기업들이 노하우 등을 전수해 주면 어떨까. 실제 제주 서귀포 대정읍의 농산물 유통 마을기업 '무릉외갓집'은 가전유통기업 '벤타코리아'의 지원 속에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김 교수는 "사회연대 경제의 거점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며 "동자동에는 염동철과 선동수라는 걸출한 활동가, 베이베터에는 김정호와 이진희라는 훌륭한 사회적 기업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국가봉사단'이 사회연대 경제를 이끌어갈 리더를 양성한다"며 "우리도 '한국형 리더양성시스템' 혹은 '지역혁신리더학교' 등 이름이 무엇이든 사회연대 경제를 선도할 리더를 양성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이념 편향적인 정치 실태도 단연 숙제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을 약속했으나,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흐지부지됐다는 평가가 많다.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 경제를 사회주의 경제로 낙인하며 관련 예산을 대폭 축소한 역사가 있다.
이재명 정부의 경우 국정과제 81번에 '사회연대 경제 육성'을 명시했다. 행정안전부를 주무부처로 지정하는 등 이전보다는 진전된 행보를 띠고 있다. 김 교수는 "사회연대 경제의 협력 관계망을 넓히고, 이를 통해 조직의 성장과 건전성 확보 및 사회적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행안부가 중심이 돼 사회연대 경제를 더 발전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