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악용 답안 유출 적발…응시자 50만 시대, 문제은행·보안 체계 강화 필요성 제기

이 같은 부정행위는 국가별 시차를 이용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시험은 한국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먼저 시행됐으며, 대륙별로 일부 문항 구성이 유사한 점을 악용해 답안이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4월 16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부정행위자 추가 적발을 위한 수사에 협조하는 한편, 시험 공정성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밝혔다. 특히 국가별 시차를 이용한 유출을 막기 위해 대륙별 시험지 간 유사성을 줄이는 방안을 도입해 오는 7월 시험부터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토픽은 교육부 산하기관인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국가 공인 시험이다. 외국인의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대학 입학과 장학금, 취업, 비자 발급 등에 활용된다. 실제 응시자는 2022년 36만 명에서 2023년 42만 명, 2024년 49만 명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시험 운영 방식이다. 토픽은 유사한 시험지를 국가별로 시차를 두고 시행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먼저 시험을 본 응시자가 문제나 답안을 공유할 경우 뒤이어 시험을 치르는 응시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문제는 과거 국제적인 표준 어학시험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2013년 TOEFL(토플)과 SAT(미국 대학 표준화 시험)에서 국내 일부 어학원을 중심으로 시험 문제를 복원·공유하는 이른바 ‘후기’ 방식이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졌고, 일부 시험 성적이 무효 처리되거나 시험 자체가 취소되는 조치가 내려졌다.
이후 이들 어학시험은 문제은행 확대 등 시험 구조를 개선해 왔다. 토플과 IELTS(아이엘츠)는 문제은행을 활용해 응시자별로 문항 구성이 달라지는 방식으로 운영해 사전 유출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 세계 시차가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문제를 적용하면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은행을 구축해 무작위로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이러한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대리시험이나 신분증 위조 등 추가적인 부정행위 시도를 막기 위한 개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플과 아이엘츠는 사진·영상 기록과 실시간 감독을 결합해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대리시험을 차단하고 있다. 시험 전 신분증 확인과 함께 응시자 사진을 촬영하고, 시험 전 과정이 영상으로 기록되거나 온라인 시험의 경우 AI 기반 모니터링이 적용된다. 일부 시험장에서는 지문 등 생체정보를 활용하기도 한다.
반면 토픽은 시험 당일 여권 등 신분증 확인과 감독관의 육안 대조를 중심으로 본인 확인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시험 중에는 일반적인 감독 체계가 운영되지만, 시험 과정 전반을 영상으로 기록하거나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증 절차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박 교수는 “국가가 운영하는 시험인 만큼 공신력에 맞는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시차 문제뿐 아니라 대리시험 등 다양한 유형의 부정행위에 대비한 사전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