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준 강화에 예심 단계서 10곳 중 3곳 걸러진 셈…중복상장 규제 여파 대기업 계열사 IPO 철회 이어져

올해 1분기 증시는 코스피 지수 6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2월까지 뚜렷한 상승세가 나타났음에도 IPO 건수는 감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장한 9개 기업은 모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참여 건수 2000건 이상을 기록하는 등 투자 수요 기반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에스팀, 액스비스, 아이엠바이로직스 등 3개사는 상장일 공모가 대비 4배 상승하며 장을 마감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상장 건수 감소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금융당국의 상장 기준 강화를 꼽는다. 금융당국은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과정에서 주관사의 책임성을 강화해 왔다. 한국거래소도 상장 심사 실무에서 자본잠식 상태와 매출 실현 가능성 등 투자자 보호와 직결되는 재무 요소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상장 문턱이 높아진 분위기는 상장 절차 전반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84개사 중 24개사는 심사를 자진 철회하거나 미승인 받았다. 10곳 중 3곳가량이 예심 단계에서 걸러진 셈이다. 예심을 통과한 뒤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증권신고서도 한 번에 통과하는 사례가 드물다. 올해 상장한 9개사 모두 증권신고서를 한 차례 이상 정정·보완해 재공시했다.
모·자회사 중복상장 규제 강화 기조 속에 대기업 계열사들이 IPO를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며 롯데글로벌로지스, SK엔무브, LS에식스솔루션즈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IPO를 철회했다.
금융당국은 자회사 중복상장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18일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 따르면 자회사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한국거래소는 쪼개기 상장뿐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에 따른 모·자회사 동시 상장도 심사 대상으로 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복상장 추진 시 모회사 이사회의 영향평가와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일반주주 보호 장치도 마련된다.
올해 1분기 IPO 위축 흐름은 2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4월 내 상장이 예정된 기업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인 ‘채비’가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 5월 상장 예정 기업도 3곳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시장 상장을 위해 예심을 청구한 기업도 6일 기준 0곳으로, 당분간 ‘대어급’ IPO 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 신규 상장 건수 감소를 단순한 ‘공모 한파’보다는, 상장 가능한 기업의 기준이 강화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 이후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IPO에 나설 만큼 준비된 기업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