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구성 최 회장 측 과반 유지, 영풍 측은 입지 확대…감사위원 추가 선출 주목

2022년 이후 두 가문 간 갈등이 불거졌다. 고려아연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처분을 통해 우호 지분을 늘렸다. 현재 한화그룹, LG화학 등이 지분을 확보해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꼽힌다.
최윤범 회장은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미래성장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2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 3대 신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재무 안정성을 중시했던 영풍은 신사업에 반대했다. 영풍은 2023년 연간 영업손실 1698억 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 실적 부진으로 배당수익이 절실했다. 특히 신사업 투자를 이유로 2023년 고려아연 결산 배당금이 주당 5000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줄어든 것에 크게 반발했다.
결국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연합해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였던 영풍은 2024년 9월 보유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넘기고,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공동 의결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영풍·MBK 연합과 최윤범 회장 간 지분율 격차는 10% 중반대였다.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2025년 12월 미국 정부에 대한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이후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간 격차가 3%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가 합작해 설립된 크루서블JV를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결과 미 정부가 고려아연 지분 10.6%를 간접 보유하게 됐다.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은 41.1%, 국민연금 5.2%, 현대차그룹 5% 등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 측 지분은 17.7%이지만, 우호세력인 크루서블JV(10.6%)와 LG화학(1.9%), 한화그룹(7.7%) 등을 합치면 37.9% 수준이다.

주총 결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은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수성했다. 고려아연 측 이사는 총 9명, 영풍·MBK 측 이사는 5명으로 결정됐다. 앞서 고려아연 측은 최윤범 회장, 황덕남 이사회 의장, 크루서블JV가 추천한 월터 필드 맥라랜 메리티지캐피탈 이사회 의장을 후보로 올렸다. 영풍·MBK 측이 추천한 후보 중에서는 최연석 MBK 전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선숙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각각 신규 선임됐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많은 주주들께서 현 경영진 중심의 거버넌스와 이사회 체제를 통한 경영 연속성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실어주신 것으로 평가한다”며 “고려아연은 크루서블 프로젝트와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국가기간산업이자 한미 경제안보의 모범사례로 맡은 바 역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기업분석 전문가인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이번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사회를 어느 쪽이 장악하느냐인데 특히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며 “고려아연 기존 경영진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으며 최윤범 회장이 건재하기 때문에 영풍·MBK 연합이 아무리 지분율이 우세하더라도 공세를 펼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윤범 회장의 완승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크루서블JV 추천 인사를 제외하면 1·2대 주주 간 격차가 3석으로 좁혀졌으며, 이사회에서 영풍·MBK 연합의 비중은 26.7%에서 35.7%로 확대됐다. 영풍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보다 균형 잡힌 구조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투명한 의사결정 체계 확립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최윤범 회장 등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더 많은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상황이다.
오는 9월 시행될 ‘2차 개정 상법’ 두고도 전운이 감돈다. 자산 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상장사는 2차 개정 상법 시행일인 9월 10일에 분리선출 방식으로 선출된 감사위원 2인 이상을 두고 있어야 한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 시 주주별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최 회장 측은 지분이 분산된 반면, 영풍·MBK 측은 지분이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기 때문에 ‘3% 룰’ 적용 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안이 정기주총에서 부결됐기 때문에 추후 임시주총이 개최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이 최 회장 재선임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에도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며, 최 회장 측이 지분 상으로 완전히 지배력을 갖춘 건 아니기 때문에 분쟁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