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임원 문책 착수에도 정 회장 책임 구조 모호…“핵심 계열사 등기이사 올라 주주 평가 받아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사태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텀블러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행사명에 ‘탱크데이’란 이름을 붙이고, 홍보 문구에는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 측의 변명성 발표를 연상시키는 표현(‘책상에 탁’)을 사용해 부적절 논란을 일으키며 국민적 분노를 샀다.
이번 사태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잇단 글로벌 브랜드 관리 부실의 연장선으로 주목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21년 신세계그룹이 지분을 추가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선 뒤 2022년 7월 e-프리퀀시 증정품인 서머 캐리백에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돼 논란을 초래했다. 당시 송호섭 전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과한 뒤 해임 조치됐고, 신세계I&C 대표로 재직 중이던 손정현 대표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손 대표 역시 이번 탱크데이 사태 당일 사과문을 낸 후 다음 날(19일) 해임 처리됐다.
정용진 회장은 과거 여러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실상 실패로 평가되는 사례가 이어졌지만 자신이 직접 인사상 책임을 진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 회장이 추진하거나 공개적으로 힘을 실었던 신사업 가운데 삐에로쑈핑, 제주소주, 부츠, PK마켓 등은 철수·중단한 대표 사례다. 신세계그룹이 3조 4000억 원에 인수한 G마켓(이베이코리아)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탱크데이 사태 후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총수 개인은 어떠한 법적 책임도, 재정적 손실 감내 등의 실질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며 “진정성 있는 변화를 원한다면 경찰 수사에 조건 없이 임하고, 이번 사태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을 달게 받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만, 미등기 임원은 원칙적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다. 업무집행지시자 등 예외적 요건이 인정될 때 이사와 같은 책임을 질 수 있지만, 실제 지시와 관여 사실이 구체적으로 인정돼야 한다.
정용진 회장은 2013년 신세계와 이마트 사내이사에서 물러났지만 그룹 주요 계열사의 미등기 임원 신분으로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5년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바 있지만, 이마트와 신세계, SCK컴퍼니 등 핵심 계열사의 등기임원 신분이 아니다.
현 지배구조상 개별 계열사의 의사결정과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법적·이사회 차원 책임은 우선 해당 회사의 대표이사와 등기임원, 결재라인에 귀속된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는 정용진 회장의 대국민 사과 발언이 단순히 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등기임원 등재는 법적 책임의 명확화, 이사회 의사결정 참여의 투명화, 주주와 소비자에 대한 책임 소재 명시라는 점에서 실질적 의미가 있다”며 “특히 이번처럼 소비자 피해와 운영 시스템 전반의 문제가 결합한 사안에서는 오너가 이사회 안으로 들어와 공식적인 견제와 감독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와 주요 관계사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주주들로부터 경영 성과에 대한 공식 평가를 받지 않았다”며 “보다 책임감 있는 경영을 위해서는 등기이사 선임 절차를 밟아 주주 평가를 받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국민사과와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허리를 숙인 정용진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당부’를 했는데, 이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용진 회장은 “국민 여러분,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며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 세대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우리 모두 같다”고 강조했다.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기업 회장의 사과문이라기보다 정치인의 목소리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또 이 대목은 정용진 회장 본인이 허락하고 스타벅스코리아가 진행한 부적절한 마케팅에 대해 잘못됐다는 인식보다 단지 ‘생각의 차이’이며 이마저도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비친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사과는 했지만 본인이 정녕 잘못했다고 인식하는지, 책임을 질 생각은 있는지, 그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