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품으로 중화권 주목, HKGP 2026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나…“동아시아 여성들 깊이 이해받고 위로받길”
'걸프렌드'는 커리어와 관계의 압박을 겪는 34세 영화감독 록이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 가는 이야기를 그린 퀴어 성장 로맨스 영화다. 한 여성을 중심으로 현재의 홍콩과 22세 시절의 대만, 17세 시절의 마카오를 오가며 사랑과 예술적 야망, 안정적인 삶 사이에서 흔들려온 시간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대만 유학 시절 22세의 록을 연기한 엘리자베스 탕은 한 인물의 젊은 시절이 지닌 불안과 열망, 사랑 앞에서의 머뭇거림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단숨에 주목해야 할 신예 배우로 떠올랐다. 이하는 엘리자베스 탕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서울은 정말 활기차고, 영감을 주는 도시라고 느꼈다. 이번 홍콩 필름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한국의 영화 팬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으며 영화에 대한 사랑을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식 연기 교육 없이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 연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늘 인간의 행동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저에게 연기란 다른 관점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방법이다."
―'걸프렌드'에서 22세의 록을 연기했다. 이 캐릭터의 어떤 면이 본인과 가장 가깝게 느껴졌는지, 또 다른 배우들과 하나의 캐릭터를 시간대별로 연기하며 감정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연기의 부담은 없었는지.
"록이 미래에 대해 느끼는 불확실함과 관계에 몰입하는 강렬한 태도에 깊이 공감했다. 그런 감정은 매우 보편적인 것이다. 신인 배우로서 그 감정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큰 책임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이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날것의 감정들에 제 자신을 완전히 열어두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깊이 이해받고, 위로받는다고 느꼈으면 한다. 동아시아 안에서 우리는 비슷한 사회적 압박을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의 미래를 선택할 용기를 가져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길 바란다."
―데뷔작 하나로 홍콩영화상 신인상 수상과 여우조연상 후보, 금마장 여우조연상 후보까지 오른 것은 이례적인 성과다. 소감과 함께, 첫 작품 직후 큰 평가를 받은 경험이 다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인정받게 된 공은 전적으로 팀에 돌아가야 한다. 제가 맡은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보일 수 있게 된 데엔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저는 겸손하고 단단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면서 제 연기를 계속 갈고닦으려고 한다."

"저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든, 작고 친밀한 이야기든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만나고자 한다. 일상의 단순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크린에 매우 진정성 있는 시선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과 홍콩의 다양한 콘텐츠들이 앞으로 더 자주 만나거나 협업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기대하는지.
"한국 영화의 강렬한 연기와 뚜렷한 영화적 스타일을 정말 존경한다. 홍콩 영화와 한국 영화는 모두 일상의 거리에서 비롯된 독특하고 날것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고 느낀다. 홍콩과 한국 영화가 협업한다면, 두 도시가 가진 거칠지만 진정성 있는 본질을 담아내는 이야기를 보고 싶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