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세계 최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진단’…“지역별·후보지별 인프라 여건 조사 후 추진해야”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용지 조성에만 13조 4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자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균형발전 가치에 따른 정합성, 전력 공급망의 안정성,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의견, 용수 공급 방식에 대한 지자체 간의 이견 등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았다.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마련한 인프라 공급계획이 전력과 용수의 ‘공급량’은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실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와 사회적 수용성에 대한 검토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반도체 공장은 순간적인 전압 강하 혹은 정전에도 생산 중인 웨이퍼를 폐기해야 할 정도로 전력 품질에 민감하다. 생산라인이 한 차례 멈추면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공급량이 아니라 ‘끊기지 않는 전력’이 필요하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을 합쳐 15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용인 전체 수전 용량의 8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를 위해 신규 LNG 발전소를 건설하고 초고압 직류송전(HVDC) 설비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클러스터 수요를 충족하더라도 전력 공급 신뢰도 부문에 대한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공장은 전력설비 2기에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N-2’ 수준의 고신뢰도 계통이 요구되지만 현재 관련 고시를 보면 N-1(1기 고장 발생 시 안정적인 전력 공급 가능)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N-2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과 주민 수용성도 해결 과제로 꼽혔다. 대규모 송전망 구축에는 막대한 건설비가 필요한 데다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 가능성도 적지 않다. 보고서는 산업단지를 위한 전력망 구축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원인자 부담 원칙과 함께 송전선로 경과지 선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용수 확보 문제도 검증 대상이다. 입법조사처는 단순히 물의 양을 확보하는 수준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화천댐 발전용수 등을 활용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장기적인 용수 수요를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입법조사처는 공급량 산정과 별도로 공급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고 봤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중 일반산단에 공급하는 ‘공업·생활용수 공급시설 설치사업’은 2022년 12월 착공해 팹(반도체 제조공장) 가동 이전인 올해 7월 준공할 예정으로, 공업용수 26.5만㎥/일, 생활용수 0.8만㎥/일 등 27.3만㎥/일을 공급할 계획이다. 그런데 일반산단에 이어 국가산단 조성이 추가되면서 현행 용수공급 체계로는 미래의 수요량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통합용수공급사업’을 수립했다. 주변 댐의 여유 용수를 끌어오는 방식 등으로 추가 용수 확보 계획을 세운 것이다. 다만 실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지는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입법조사처는 연구인력 유입을 위한 제언도 내놨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대규모 생산기지로 조성되더라도 우수 인재와 연구개발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 기반의 인재 양성 체계 구축을 통해 대학의 연구 역량을 현장과 밀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 중심의 계약학과 운영을 넘어 지방 거점 대학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오픈 캠퍼스(Open Campus)’ 모델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수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시작할 단계부터 전력이나 용수 공급량이 얼마만큼 가능한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진행하는 것이 적합하다”면서 “예전에는 용수와 전력의 공급이 어렵지 않았는데, 산업이 발달하고 기후 변화가 문제가 발생하면서 불안정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