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대신 다른 비급여 진료 권유 가능성…사경증 환아 보호자 “치료 지속 어려워” 의료계 “진료 자율성 침해”
[일요신문] 정부가 과잉진료를 막겠다며 도입한 도수치료 관리급여가 시행 첫날부터 여러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이 도수치료 대신 다른 비급여 진료를 권하거나 관련 진료비를 인상하는 풍선 효과 가능성을 인정하며 모니터링 방침을 밝혔지만, 일부 환자들은 횟수 제한에 따른 치료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물리치료사 등 관련 직군의 반발도 이어지면서 도수치료 관리급여가 제도 시행과 동시에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7월 1일부터 도수치료는 비급여에서 관리급여로 전환됐다. 사진=ChatGPT 이미지 생성보건복지부는 7월 1일부터 도수치료를 기존 비급여에서 관리급여로 전환했다. 과잉진료를 막고 필요한 범위에서 치료가 이뤄지도록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도수치료는 1회당 4만 3850원의 관리급여 항목으로 지정돼 환자가 진료비의 95%를 부담해야 한다. 기존 비급여 도수치료의 평균 가격이 약 11만 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진료비 자체는 낮아진다. 다만 실손보험 가입 여부 등에 따라 환자의 실제 부담 변화는 달라질 수 있다. 또 기본 물리치료 등을 최소 2주 이상, 4회 이상 시행한 뒤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경우에만 도수치료를 인정한다. 연간 인정 횟수도 원칙적으로 15회로 제한되며, 의료기관의 치료 효과 평가를 거쳐 최대 9회까지 추가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전환되면서 수익성이 낮아진 의료기관들이 다른 비급여 진료를 권유하는 등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통상 30~60분간 진행되는 도수치료 시간을 15분으로 잘게 쪼개 비용을 받는 방식 등이 거론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수치료 운영을 아예 중단하는 의료기관도 생겨나고 있다.
풍선 효과 우려와 별개로 환자와 보호자들은 강화된 이용 기준이 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장기간 재활 치료가 필요한 일부 환자군의 경우 횟수 제한과 선행 치료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소아 사경증 환아 보호자들은 제도 적용 예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기준상 도수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 물리치료 등을 최소 2주 이상, 4회 이상 시행한 뒤에도 증상 호전이 없는 경우여야 하는데, 보호자들은 영유아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선행 치료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연간 이용 횟수까지 제한되면서 치료가 장기화되는 환아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단독] 도수치료 관리급여 앞두고 사경증 환아 부모들 ‘치료 공백’ 우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6월 28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반대 궐기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의료계 반발도 거세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6월 28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반대 집회에서 “같은 통증이라도 환자의 상태는 다르고 같은 치료라도 필요한 시간과 횟수는 다르다”며 “환자를 직접 보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현장 의사의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관리급여라는 이름으로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의료의 자율성과 국민 선택권 박탈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풍선효과와 제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미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전략부장은 1일 복지부 출입기자단에 “다양한 풍선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며 “비급여 보고제도나 실손보험 현황 등을 통해 통증 비급여 치료 가격 인상 등 도수치료 관리급여 적용에 따른 현상들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형우 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횟수 제한은 (기본) 15회, 의학적 판단 아래에 최대 24회면 적정하다는 의학계 의견을 받아 정했다”며 “도수치료는 효과성이 낮게 권고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