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터미널 운영 경험 앞세워 장기 해외사업 도전…4조 8245억원 최고가 투찰, 수주전엔 불리하게 작용

쿠웨이트 T2 위탁운영사업은 새 터미널의 개항 준비부터 실제 운영, 유지보수, 인력 교육, 서비스 개선까지 맡는 장기 운영계약이다. 단순 시설관리나 컨설팅이 아니라 터미널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사업인 만큼 풍부한 공항 운영 경험이 요구된다. 쿠웨이트 T2는 기존 입찰 절차가 2025년 4월 취소된 뒤 다시 진행됐고, 2023년 사전적격 단계에서 거론된 6개 업체 가운데 인국공과 DAA International, TAV Airports 등 3개사만 이번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서 인국공이 써낸 투찰액은 9억 5948만 쿠웨이트디나르(약 4조 8245억 원)이다. DAA International이 4억 1903만 디나르(2조 1070억 원)로 최저가를 써냈고 TAV Airports는 7억 6415만 디나르(약 3조 8423억 원)을 제시했다. 인국공 투찰액은 3개사 중 가장 높고 최저가의 2배를 넘는다. 장기 운영 리스크와 수익성을 감안한 가격 산정으로 볼 수 있지만, 발주처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지는 만큼 수주전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인국공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쿠웨이트 T4 운영 경험이다. 인국공은 2018년부터 쿠웨이트공항 T4를 위탁 운영해왔고 2023년 8월 기본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네 차례 계약을 연장해 2027년 2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 입찰한 T2도 같은 쿠웨이트공항 내 터미널 운영사업이고 쿠웨이트 민간항공청(DGCA) 소관 사업이라는 점에서 인국공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평가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인국공은 공항 운영과 여객·수하물 처리, 보안 등 여러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회사”라며 “쿠웨이트 T4를 이미 운영해온 만큼 현지 상황과 운영 조건을 파악한 상태에서 사업성을 합리적으로 따져 T2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의 수주 역량도 뒤처진다고 보기 어렵다. 최저가를 제시한 DAA International은 아일랜드 더블린공항 운영사를 기반으로 한 공항 운영 전문회사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과 홍해공항 등 중동 공항 운영계약 실적도 갖고 있다. TAV Airports는 튀르키예를 기반으로 8개국 15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공항 운영사다. 인국공이 쿠웨이트 현지 운영 경험을 갖고 있더라도 경쟁사 대비 압도적 우위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입찰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운영 역량과 서비스 품질을 함께 평가하는 사업”이라며 “인국공이 경쟁사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은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적정 수익성과 운영 품질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가격 평가에서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T4 운영 실적과 인천공항의 운영 노하우가 정성 평가에서 가격 격차를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명예교수는 “입찰 가격은 회사의 전략이다. 각 회사별로 최저가로 치고 들어가 레퍼런스(해외 운영 실적)를 늘릴지, 적정가에 수주해 내실 있게 운영할지 각자 전략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운영 역량이 뛰어나도 발주처가 비용 부담을 크게 느끼면 수주가 쉽지 않을 수는 있다”며 “발주처가 가격과 운영 역량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라고 말했다.

인국공이 해외 공항 운영사업에 계속 뛰어드는 배경에는 국내 공항 운영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기업인 인국공이 국내에서 새로 넓힐 수 있는 사업 영역은 제한적이다.
윤문길 교수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항공 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 항공산업을 성장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려면 해외시장에 갈 수밖에 없다”며 “프랑스, 튀르키예, 인도 등 기존 공항 운영사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후발주자라 아직 지명도가 약하다. 기회가 있으면 해외사업에 나가 경험을 쌓아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쿠웨이트공항 T4는 인국공 해외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운영사업이다. 인국공에 따르면 T4 위탁운영 사업은 2025년 8월까지 누적매출 2329억 원, 영업이익 381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장기간에 걸쳐 더 큰 규모로 진행되는 T2 위탁운영사업까지 수주하게 되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해외사업 확대가 곧바로 안정적인 수익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실이 인국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국공은 2009년부터 2024년까지 17개국에서 37개 해외사업을 수주했다. 총 수주 규모는 4억 690만 달러, 약 5780억 원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23건(61%)이 적자였다. 15년간 누적 수익은 102억 원, 누적 수익률은 3% 수준에 그쳤다.
쿠웨이트 T4 운영사업에서도 대금 회수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인국공은 지난해 하반기 DGCA를 상대로 T4 위탁운영대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했다며 현지 행정법원에 기성 차감분 지급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항 상업시설 임대료 미납분이 발생하자 이를 인국공에 지급할 위탁운영 비용에서 차감했다는 이유다.
현재 해당 소송은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인국공 관계자는 “쿠웨이트공항 T4 위탁운영사업 운영과 별개로 쿠웨이트 정부를 상대로 항소심 승소를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국공이 저가 수주를 피한 데는 장기 운영사업의 수익성 부담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국공 내부 논의 과정에서 신규 입찰 공고에 독소 조항이 늘어 리스크가 있는 만큼 무리한 저가 입찰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고환율과 현지 인플레이션이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때를 대비한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인국공 관계자는 “입찰공고가 나와 쿠웨이트공항의 신규터미널 T2를 위탁운영하는 사업의 수주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부에서 우려한 구체적인 리스크에 대해서는 “입찰 진행 중인 사업으로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