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소청 인용되지 않을 경우 소송 국면 불보듯…피고인이 법관인 소송서 다른 법관들이 판결 내리는 구조

공직선거법 제219조에 따르면 선거 효력에 대한 이의가 있는 선거인이나 정당·후보자는 선거일부터 14일 이내에 당해 선거구 선거관리위원장을 피소청인으로 해 선거소청을 할 수 있다. 선거 효력 심사는 각급 선관위에서 담당한다. 광역지자체장 선거 효력 이의에 따른 선거소청 심사는 중앙선관위 몫이다.
투표용지 부족사태 이후 중앙선관위는 대행체제로 전환됐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사퇴했다. 중앙선관위원장 직은 위철환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대행하고 있다. 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 가운데,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중앙선관위가 구멍난 선거 관리 시스템으로 인해 불거진 선거소청을 심사해야 하는 처지다.
선관위 소청심사위원회는 소청을 접수하면 6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해야 한다. 선관위가 선거소청을 인용할 경우엔 30일 이내에 재선거가 치러진다. 소청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경우엔 소청인이 소청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선거소청은 재선거를 요구하는 취지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선거소청 대부분 기각 혹은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선관위는 줄소송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치권에선 선거를 부실하게 관리한 당사자인 선관위가 선거소청을 심사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선관위가 법정기한인 60일 이내에 전례 없는 수량인 690건의 선거소청을 모두 처리할 역량이 있는지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선거소청을 심사하는 주체가 사건 책임 당사자인 선관위라는 부분은 이해충돌”이라면서 “선거소청이 인용되지 않는다면, 향후 선거소송에서도 이해충돌 논란이나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소청 심사는 선관위가 직접 하는 셀프 심사”라면서 “소청의 공정성에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하는 셈”이라고도 했다.

선거소청이 인용되지 않을 경우 이어질 ‘선거소송 국면’을 둘러싼 우려도 분출한다. 선거소송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서 진행하는데, 전·현직 법관들이 중앙선관위를 비롯한 시·도 선관위 위원장으로 재직 중인 까닭이다.
중앙선관위원장은 중앙선관위원 중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 선관위원이 맡고, 시·도 선관위원장은 지방법원장들이 맡는다. 피고인이 법관인 선거소송에서 다른 법관들이 판결을 내려야 하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선거 이의 제기 관련 법적 절차가 공정성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소송도 대법관과 시·도 지방법원장들이 각급 선관위원장으로 재임 중이기 때문에 일선 법관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청과 소송 등 선거와 관련된 심사와 판결에서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선거소청을 선관위가 심사하는 상황과 관련해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도둑이 도둑질을 범죄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선거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전·현직 대법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선관위 관련 소송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더 기가 막힌 부분”이라면서 “대한민국이 법치주의니 법의 논리에 따라서 소송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법을 판단하는 법관이 있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하는 판단이 나온다면 그 책임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