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승부차기 불패 신화’에 마침표…브라질 8회 연속 8강 이상 행진도 중단
스포츠 과학이 나날이 발전하는데도 한편에서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미신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축구 스타들은 징크스와 싸우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깨진 징크스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1986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과 통산 10골, 잉글랜드 1부리그 득점왕 3회 등의 기록을 남긴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개리 리네커는 라이벌 국가 독일에 대해 이 같은 말을 남긴 바 있다.
"축구는 간단하다. 22명의 사람이 공을 쫓아다니다가 결국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다."
독일은 축구와 월드컵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강팀이다.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 있던 시절을 포함해 월드컵 결승에만 여덟 번 진출했다. 그중 네 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이들이 여전한 축구 강국이라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독일은 때론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주요 대회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승부차기에서 강점을 보였다.
독일은 이전까지 월드컵에서 네 번의 승부차기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프랑스, 멕시코,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 모두 강한 상대였으나 독일은 결국 승리를 가져갔다. 역대 18회의 승부차기 시도에서 실축은 단 1회였다. '운의 영역'으로 간주되며 축구계 일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까지 있는 승부차기다. 독일은 유독 압도적인 강력함을 자랑해왔다.
'승부차기에서 독일은 항상 승리한다'는 월드컵 징크스가 이번 대회에서 깨졌다. 32강에서 파라과이를 만나면서다. 양 팀은 정규시간에 한 골씩 주고받으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연장에서도 골은 터지지 않았고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선축에 나선 독일은 1번 키커 카이 하베르츠의 킥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4번 키커 닉 볼테마데마저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뒤이어 파라과이 역시 4번과 5번 키커가 골을 넣지 못해 승부는 서든데스로 넘어갔다. 독일의 여섯 번째 키커로 나선 요나단 타가 골문 위로 킥을 차버리며 경기는 마무리됐다. 독일은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첫 패배를 경험했다.
반면 네덜란드의 '승부차기 악몽'은 지속됐다. 네덜란드는 월드컵 상위 라운드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팀이지만 독일과 달리 승부차기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전까지 네 번의 월드컵 승부차기를 경험했으나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한 것은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에서 코스타리카를 상대했을 때뿐이었다.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에서도 승부차기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32강 모로코와 경기에서 5명 중 3명이 골을 성공시키지 못해 2-3으로 패했다. 모로코 역시 2명이 실축하며 흔들렸으나 네덜란드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월드컵 역사상 최강국 지위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월드컵 역사 초반 우승컵으로 사용한 쥘리메컵을 사상 최초 3회 우승 달성으로 영구 소장했다. 이후에도 두 번의 우승을 추가, 역대 최다인 5회 우승을 기록 중이다.
브라질은 마지막 우승이었던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스타 파워, 팀 조직력 등 다방면에서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최소 8강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왔다. 2006 독일 월드컵부터 빠짐없이 8강 이상의 무대에 올랐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 16강에서 무너졌다. 복병 노르웨이를 만나 세계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엘링 홀란드에게 두 골을 허용하며 1-2로 패배했다. '영원한 우승후보'라는 특별한 별칭이 있는 브라질이 16강에서 멈춘 것은 1990년이 마지막이다.
브라질은 월드컵 지역 예선 과정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홈에서 치러진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당한 패배를 포함, 3연패를 기록하며 월드컵 본선 직행 무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라이벌 아르헨티나 원정에서는 1-4 대패로 자존심을 구겼다. 브라질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 경력의 카를로 안첼로티(이탈리아)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는 강수를 던졌다. 브라질 역사 최초의 유럽 출신 감독이다.
다년간 브라질 대표팀의 아이콘으로 활약한 네이마르도 팀과 함께 몰락했다. 컨디션 저하로 대표팀 승선 여부조차 불투명했으나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전까지 주로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는 16강 노르웨이전에서 후반 22분 교체로 출격해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경기 막판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쓸쓸히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는 득점 이후 추가골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상대와 신경전을 벌이는 불필요한 행동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자신의 네 번째 월드컵을 16강에서 마무리한 네이마르는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다시 16강에서 멈춘 멕시코
오랜 기간 이어지던 징크스가 깨진 반면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는 일도 있었다. 주인공은 공동 개최국 중 하나인 멕시코다.
멕시코는 북중미의 1인자로 통한다. 월드컵 무대에서 4강, 결승 등 높은 자리에 올라간 경험이 없음에도 늘 '복병'으로 통한다. 독일, 브라질,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상대로 승점을 따낸 전력을 자랑한다. 1980년대 이후 출전한 대부분의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뚫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멕시코는 좀처럼 16강 위로 오르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었다. 멕시코가 그간 월드컵 본선 무대를 18회 밟아 8강에 오른 것은 두 번이다. 1970년과 1986년 자국에서 개최한 대회였다. 특히 1994년부터 2018년까지 7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16강에서 일정을 마무리한 바 있다.
이번 대회는 기대감이 높았다. 조별리그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한민국, 체코를 만나 까다로운 상대를 피했다. 무실점으로 3연승을 달성, 압도적인 성적으로 토너먼트에 올랐다. 32강에서도 에콰도르에 2-0 완승을 거뒀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특유의 실리 축구로 기세를 올렸다.
3개국 공동 개최지만 모든 일정을 자국에서 소화한다는 점 또한 멕시코에는 유리한 지점이었다. 16강은 고지대(해발 약 2200m)로 악명 높은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잉글랜드는 강력한 상대지만 이전 경기를 미국 애틀랜타에서 치르고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멕시코는 잉글랜드 선수가 퇴장당하며 얻은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2-3으로 석패했다. 이로써 멕시코는 토너먼트에 올라도 16강에서 멈추는 역사를 32년째 반복하게 됐다.
일본 역시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월드컵 도전 역사는 길지 않지만 빠르게 발전을 이뤄내며 세계 무대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팀으로 자리 잡았다. 꾸준히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보였다. 이번 대회 역시 일본은 네덜란드, 스웨덴, 튀니지와의 경쟁에서 2위를 차지하며 토너먼트에 올랐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던 일본은 32강에서 브라질을 만나 도전을 멈췄다. 전반전 선제골로 희망을 봤으나 후반전에는 유효 슈팅조차 없이 상대에 압도당하며 자신들의 대회를 32강에서 마무리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