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사태가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마저 사라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장윤기의 범행 실체가 경찰의 부실 대응, 혹은 고의적 부실 대응 의혹 속에서 하마터면 묻힐 뻔했던 것이다. 이로써 대한민국 제도에 대한 신뢰는 또 한 번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제도에 대한 신뢰 상실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직결되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 문제가 중대한 까닭은 제도에 대한 신뢰 상실이 대한민국 정체성의 근간인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와 공화주의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두 기둥인데, 그중 법치주의는 제도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작동한다.

만일 민주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야당이라도 나서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과연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선관위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장윤기 사건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문제해결 의지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현재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야말로 검찰 개혁의 완성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분명히 할 점은, 검찰 개혁 자체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완수사권까지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이 과연 진정한 검찰 개혁인지는 의문이다.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의 중심에는 언제나 국민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보완수사권을 박탈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장윤기 사건도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더라면 단순 살인 사건으로 기소될 뻔했었다. 더욱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이번처럼 사건의 진정한 실체가 드러난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피해자 보호와 유가족의 정당한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보완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요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실제로 재수사를 담당하는 주체는 결국 경찰이다.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들여 다시 수사를 한다고 해도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재수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거나 이번 사건처럼 내부에서 스스로 사건의 성격을 축소하거나 잘못 판단했던 문제를 자체적으로 바로잡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속한 조직의 행위와 결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마치 숙제하듯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 붙이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의 행동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국민의힘 역시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하고 있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보완수사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의원직 총사퇴와 같은 강경한 저항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결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총사퇴가 국회의장 혹은 본회의 표결에 의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데, 그럼에도 이런 결기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그저 암담함을 느낄 뿐이다.
지금 정치권은 진정한 민생이 무엇인지부터 되새겨야 한다. 진정한 민생이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제도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국민은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원하고 있는데, 그런 구체적인 노력 없이 민생만을 외친다면 이에 공감할 국민은 많지 않다. 그런데 지금 양당의 행태를 보면 마치 진영 논리 자체를 민생으로 여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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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journali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