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접수 넉 달 뒤 강제수사, 부실 영장·구속영장 철회 이어져…민주당 의원들 “통신영장 반려로 수사 차질”

하지만 압수수색 영장에는 최 전 의원의 직업을 '회사원'으로 기재했고, 압수수색 대상 역시 최 전 의원 가족이 경영하는 회사 사무실로 명시했다. 심지어 또 다른 압수수색 대상물인 최 전 의원의 거주지와 차량이 본인 소유가 맞는지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중 전 의원은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돼 청주시의회에 입성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신청할 당시 최 전 의원의 신분은 시의원이었으며, 경찰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압수수색 영장에 담긴 직업과 회사는 모두 경찰 진술에서 나온 최 전 의원의 주장을 토대로 작성됐다.
같은 날 신청된 통신영장 역시 기본적인 법적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영중 전 의원의 여죄를 확인하겠다며 1년 치 통화 내역 조회를 요청했다. 이는 최대 보존기한이나, 최 전 의원의 범행 기간으로 지목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단 3개월만 겹칠 뿐이었다.
인권 침해 우려가 큰 통신영장의 경우 최소침해의 원칙(기본권을 제한할 때 가능한 한 가장 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범행 시점을 중심으로 필요한 기간을 특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해당 건의 경우 통신조회의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아 결국 반려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서두르다 영장을 직접 검토하지 못했다"며 영장 청구 과정의 미흡함이 절차상 착오였다고 밝혔다. 검찰의 보완 요구 끝에 7월 13일 최 전 의원의 직업과 압색 대상을 제대로 표시한 영장이 신청됐고, 7월 14일 발부돼 15일 경찰이 영장을 집행했다.
최영중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시점도 의문이 남는다. 압수수색을 마친 뒤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하고 피의자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일반적 순서와 달리 압수수색 도중에 최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찰은 검찰 반려가 우려되자 영장 신청을 철회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구속영장을 신청한 주체가 기존 수사를 담당했던 팀과 달랐으며, 영장에 적시된 소명자료도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혜 청주지검 차장검사는 7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사건의 경우 고소인 조사 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분석하고 다른 피해자가 나오면 추가 압수수색 영장과 통신영장을 같이 신청한다"면서 "압수수색 도중 경찰 다른 팀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담당 검사가 경찰에 전화하니 '접수 취소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구속영장에)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적었으나 어떤 이유에서 구속이 필요한지는 적지 않았다"면서 "피의자(최 전 의원)의 자살이 우려되는 이유도 기재되지 않았다"고 했다.
늑장 수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경찰은 고소장 접수 이후 최 전 의원에게 5~6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최 전 의원은 변호사 선임 등을 이유로 출석을 미뤘다. 이에 따라 넉 달 넘게 수사가 지연됐고, 첫 피의자 소환조사는 5월 11일에나 이뤄졌다.
핵심 증거로 분류되는 최영중 전 의원의 휴대전화 확보도 골든타임을 놓쳤다. 최 전 의원은 A 양에게 성관계와 성매매를 제안하고, 나체 사진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 양에게 "친구를 데리고 오면 돈을 더 주겠다"고 제안하는 등 성매매 알선 혐의도 함께 받는다.
경찰은 최 전 의원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했으나 "(사설 업체에) 포렌식을 맡긴 뒤 제출하겠다"는 그의 말만 믿고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다. 결국 4개월의 강제수사 공백 기간 최 전 의원은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압수수색 당시 경찰이 확보한 2대의 휴대전화가 최 전 의원이 범행 기간 사용하지 않았던 기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지혜 차장검사는 "통신조회가 왜 필요한지 소명돼야 했는데 이런 내용이 영장에 기재돼 있지 않았다"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증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는 (통신)영장 발부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요건을 갖춰 다시 통신영장을 신청할 경우 "다시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영중 전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성매매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A 양이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최 전 의원이 A 양에게 성관계 대가로 담배를 사주겠다고 말하는 등 미성년자임을 인식할 수 있었음을 짐작할 정황이 존재한다.
법원에서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피해자의 실제 나이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즉, 상대방이 미성년자일 가능성이 있는 경우 피의자가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면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2025년 2월 인천지법 제14형사부는 12세 미성년자를 간음하고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는 남성 B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성매매를 했을 뿐 그가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B 씨)이 피해자가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임을 알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성매매를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담배를 사준 사실을 근거로 "미성년자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있다. 2023년 12월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는 미성년자의제강간,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피고인 C 씨에게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담배를 원한다는 점, 혼자서는 담배를 살 수 없다는 점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이며 아동·청소년에게 성매매 대가로 금품과 담배를 교부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공통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을 사는 범행은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가능성이 높은 범죄라고 규정했다. 법조계에선 최 전 의원도 미성년자의제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될 경우 A 양을 만나게 된 경위와 성매매 대가로 금품이나 담배 등이 오간 정황이 양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