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일가 지분 19.57%→자사주 제외 시 20% 돌파…주주환원 방식·오너일가 지분 조정 여부에도 관심

DB손보가 보유한 자사주는 485만 6880주(7.42%)로, 상법 개정에 따른 자사주 소각 또는 현재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김 명예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20%를 웃돈다. 지난 3월 6일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르면 시행 당시 보유하던 직접 취득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2027년 9월 6일까지 소각해야 한다. 실제 소각이 이뤄지면 발행주식총수가 줄어 김 명예회장 일가 지분율은 높아진다.
상법상 예외 사유에 해당해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자사주를 계속 보유하더라도,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익편취 규제 적용회사의 지분율을 산정할 때 발행주식총수에서 자사주를 제외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고,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3월 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정무위)에 상정돼 계류 중이다. DB손보 자사주를 제외하면 지분율 산정의 기준이 되는 주식 수는 6064만 3469주로 줄고, 김 명예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약 21.14%로 높아진다.
DB손보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일부 자회사도 함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국내 계열사뿐 아니라 해당 회사가 단독으로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국내 계열사도 규제 대상으로 두고 있다. DB손보는 올해 1분기 기준 DB생명보험 지분 82.95%, DB캐피탈 94.86%를 보유하고 있다.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 △DBCSI손해사정 △DBCAS손해사정 △DBCNS자동차손해사정 △DB MnS 등의 지분은 100%를 보유 중이다.
DB손보와 주요 자회사들이 사익편취 규제 범위에 들어가면 이들 자회사와 계열거래도 사익편취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검토될 수 있다. 계열사 간 거래 자체가 곧바로 사익편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 조건·가격의 정상성과 거래 상대방 선정 과정의 합리성 등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는지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DB손보 별도 재무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들 5개 자회사와 거래에서 DB손보가 인식(계상)한 비용만 약 1019억 원이다.

IT 관련 내부거래 역시 적정성을 둘러싼 문제가 제기됐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3월 13일 2차 공개주주서한에서 과거 DB그룹 계열 IT업체였던 DB FIS의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약 30%에 달했다는 점 등을 들어 DB손보와 DB FIS 간 IT 서비스 거래 구조와 비용의 경제적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정위의 제도 개편은 DB손보의 향후 주주환원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당은 총수 일가 지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신규 자사주 매입은 발행주식총수에서 제외되는 자사주를 늘려 김남호 명예회장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기준상 지분율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다른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는 사익편취 규제 기준 강화를 앞두고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 미만으로 낮춘 사례가 있어, 김남호 명예회장 일가가 지분 조정에 나설지에도 재계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일례로 현대차그룹에서는 이노션이 2019년 사익편취 규제 확대 논의 당시 정성이 고문이 지분 10.3%를 롯데컬처웍스에 넘겨 총수 일가 지분율을 29.99%에서 19.69%로 낮췄고, 현대글로비스도 2022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 지분 전량을, 정의선 회장이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총수 일가 지분율을 19.99%로 낮춘 바 있다.
DB손보는 새 규제에 따른 별도 대응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 되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시 이미 이사회 결의 및 공시를 진행하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 아닌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시에도 금융복합기업집단 대표회사로서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이사회 결의 및 공시를 진행하는 등 내부통제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 규제 변수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내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오너 일가의 일부 지분 매각이나 기타 지분 구조 조정 관련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