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4명 중징계 이어 전국 당협 재선출·평가체계 개편 추진…비당권파 “자기 사람 심기” vs 장 대표 “총선 위한 조직 정비”

장 대표는 26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2.0, 4대 혁신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첫 과제로 ‘당원주권 2.0’을 내걸어 시·도당위원장과 당협위원장 선출 등에 당원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당무감사 평가 지표도 손보기로 했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에 대한 새로운 평가제도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지난 1년에 대해 당이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고 민생을 챙기는 데도 부족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 앞에 무력했고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데도 충분한 역량을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이 무너진 당을 일으키고 흩어진 보수를 결집하는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승리의 교두보를 만드는 시간”이라며 2028년 총선 과반 승리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어 “당이 제대로 싸울 수 있는 활력 넘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그 시스템에 기반해 제대로 싸울 인재들로 당을 채우겠다”고 밝혔다.
취임 1주년 쇄신안에 앞서 장 대표 체제에서는 당 조직과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20일 조경태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2년 6개월, 진종오 의원 2년, 권영진 의원 1년 6개월, 서범수 의원 10개월의 징계를 각각 내렸다. 모두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인사들로 조경태·진종오·권영진 의원은 현 징계가 유지될 경우 2028년 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비당권파 중징계에 이어 전국 254개 당협위원장을 당원 투표로 다시 선출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현역 의원을 포함한 기존 당협위원장이 일괄 사퇴한 뒤 재선출 절차를 밟는 구상이다. 그러나 의원총회에서는 당협마다 경쟁이 다시 벌어지면 내부 분란이 커질 수 있다는 반대가 잇따랐고 최고위원회에서도 관련 안건 처리가 미뤄졌다.
이러한 반발에도 장 대표가 쇄신안까지 내놓자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기보다는, 조직 장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당내 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 간사를 맡고 있는 이성권 의원은 “지난 1년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민심에 부응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사퇴를 요구했다. 조은희 의원은 “국민이 묻는 것은 ‘패배의 책임은 누가 지느냐’는 것”이라며 “‘당원주권 2.0’ 같은 거창한 구호로 붕괴된 리더십을 덮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당내 우려 기류의 핵심은 징계와 당협 재선출, 선출직 평가제도 개편이 결국 장 대표 중심의 인적·조직 재편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데 있다.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진종오 의원은 “‘당원주권’ ‘당원중심’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한 ‘자기 사람 심기’는 혁신이 아니라 ‘줄세우기’이고 ‘권력 장악’”이라고 직격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비당권파 중징계와 당협위원장 재선출이 이어지면서 장 대표와 대립해온 세력의 입지는 좁아지는 반면 중앙당 지도부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당협 재선출과 선출직 평가제도 개편, 인재 발굴까지 동시에 진행하면 다음 총선을 앞두고 지역 조직과 후보군을 장 대표가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 짜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당협 재편과 인적 쇄신이 2028년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는 “조직도 새로 정비해야 하고 지금부터 유능하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9명 의원들, 원외 당협위원장들, 그리고 우리 당원들의 힘을 어떻게 하나로 뭉쳐서 제대로 싸울 것인가, 그게 맨 먼저 고민할 첫 번째 과제”라며 “필요한 범위 내에서 속도에 맞춰 조직을 정비하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 그 인재로 채워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조직 재편을 차기 당권과 연결하는 분석도 나온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장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징계 국면을 넘어서 당권 굳히기 차원으로 보인다. 장 대표의 쇄신안에 따르면 선출된 의원과 시·도지사들이 중앙당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결국 대표 연임을 고려한 정치적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날 연임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직접 답하지 않았다. 다만 당협위원장 직선제에 대해 “반드시 필요하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제 확고한 신념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가 당내 조직 재편 논란과 별개로 외연 확장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보수 대통합이 아닌 축소지향으로 가고 있다”며 “원내 의원들과 계속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극우 유튜버, 올림픽공원 세력에만 의지하는 듯하다. 이들만으로는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